내용은 진실되어야 하고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며칠이 지났다.
공허한 마음으로 회사 생활과 일상생활을 해나가던 중 또 다른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단순히 몇 개월 간 영어 공부와 면접 준비를 했던 노력이 아까워서 뭐라도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현장 생산관리 업무도 회사에서 매우 중요하고 배울 게 많은 직무였지만 대학생 시절부터 설계 업무를 해보고 싶었던 터라 가능하다면 이직을 통해 다시 설계 직무 커리어를 쌓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하반기 공채 시즌이 시작되던 시기였고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류 전형 준비와 면접 대비는 어느 정도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한번 목표를 잡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직 목표 회사는 당시 연봉과 복지가 좋고, 근속연수가 가장 길었던 현대중공업 (현 HD한국조선해양)이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현 HD한국조선해양) 설계 포지션은 경쟁률이 높고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포지션 중 하나였기 때문에 합격을 보장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이직의 1차 관문인 서류 전형을 준비하며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 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해 보았다. 여기서 놀라웠던 점은 첫 취업 준비 때 완벽하다고 느꼈던 자소서 내용이 형편없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취업을 준비할 때는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자소서에 힘을 잔뜩 실어 내용을 부풀리는데 급급했었던 것 같았다.
경력이 1년 미만이었기 때문에 경력직 이직은 조건이 안되었고, 다시 대졸 공채에 지원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첫 취업 시 작성했던 자소서를 참고하려고 하였지만, 직장 생활을 1년 해 본 입장에서 보기에 첫 취업 시 작성한 자소서는 모순 투성이었다.
직장 생활을 조금 해본 입장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인재는 진실된 인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교 때 아무리 열심히 스펙을 가다듬고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현장은 학교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진실된 인재여야 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모르는 문제에 대해 본인의 무지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용을 철저하게 진실에 기반하여 작성하였고 나의 강점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자소서를 수정하였다. 그렇게 자소서 작성의 전략을 수정한 효과였는지 서류 전형에 지원을 하고 1달 정도 뒤 합격하였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서류 전형보다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면접전형이었다. 대학생 때 여러 회사에 지원하지 않고 전공에 맞는 회사를 골라서 지원하는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에 면접전형에 대한 경험이 적었다. 많은 면접전형이 압박면접 형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한번 말문이 막히면 면접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컸다. 그리고 거제도에서 혼자 면접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도 불안함을 증가시키는 요소였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일과가 끝나면 공터로 가서 실제 면접장에서 나올 수 있는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자소서를 기반으로 준비해 수없이 연습했다. 그렇게 수없이 연습을 반복했던 터라 면접 당일에는 떨지 않고 면접관분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몇 달의 기다림 끝에 현대중공업 설계 직무에 최종합격 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첫 취업 후 1년 간의 방황과 노력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1년 간 현장 생산관리자로 업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의학대학원을 준비했고, 직무를 바꿔 이직 준비를 해 최종 합격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첫 직장이 있던 거제도를 떠나 대한민국 산업화의 요람인 울산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