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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Jun 18. 2021

‘루카’ 이번에도 해낸 픽사에 박수를

[리뷰] ‘루카’ 이번에도 해낸 픽사에 박수를

디즈니·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언제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진한 감동을 안겼던 픽사인 만큼, 이번 작품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이야기와 여행욕구를 자극하는 청량한 영상미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루카'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지만, 두렵기도 한 바다괴물 소년 루카는 자칭 인간세상 전문가 알베르토와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물만 닿으면 원래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아슬아슬한 매일을 보내던 루카와 알베르토. 두 소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스쿠터 ‘베스파’를 얻기 위해 마을에서 열리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다. 루카와 알베르토, 새로운 인간 친구 줄리아는 과연 경기에서 우승하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영화 ‘루카’(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에서 두 친구 루카와 알베르토가 바다 괴물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아슬아슬한 모험과 함께 잊지 못할 최고의 여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으로,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청량한 여름 풍광이 코로나 19로 오랜 시간 갇혀버린 관객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한다.

영화 '루카'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에메랄드 빛 바다와 파도에 부서지는 쨍 한 햇살, 조용히 타오르는 석양과 쏟아질 듯한 은하수가 눈 앞을 가득 채운다.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정겨운 모습은 따뜻한 감상을 남기고, 빨래가 켜켜이 걸린 작은 골목의 울퉁불퉁한 오르막 길은 괜스레 걸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샘솟게 한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두 바다괴물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가히 찬란하고, 감동적이라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청량한 풍경 외에도 ‘루카’는 픽사가 언제나 그래왔듯 어른들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이야기로 박수를 불렀다. 극 중 주인공 루카는 알베르토를 만나 자신의 한계를 부수고 조금씩 성장해가는데,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 얼핏 연상되기도 한다. 물론 ‘데미안’보다는 훨씬 귀엽고, 사랑스럽다.

서로를 위한 희생을 겁내지 않는 루카와 알베르토 뒤로 오랜 갈등과 두려움을 떨쳐내고 화해와 연대, 사랑과 희망으로 서로를 대하게 된 바다 괴물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 역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언제나 각박한 현실 속에서 날카롭게 마음 속 날을 세우던 이들 조차 ‘루카’를 통해 조금은 스스로의 옥죔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영화 '루카' 포스터.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실렌시오 브루노!”(Silenzio Bruno, 닥쳐 브루노!)


극 중 루카가 한 단계씩 성장 해나갈 때마다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들이기 두려워하는 스스로에게 외치는 말이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작은 브루노가 마음 속에 있다. 브루노는 언제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을 말린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은 곧 실수와 깨짐을 의미하니까.

그러나 끝내 알을 깨지 못한다면 결국 알 안의 세상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때로 아플 것임을 예감하면서도 보다 풍요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만나기 위해 투쟁한다. 두려움에 떨고, 현재에 안주하기만 해서는, 기존의 세계를 떨쳐내지 않고서는, 새는 결코 태어날 수 없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해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던 루카는 끝내 알을 걷어내고 새로이 태어난다. 그의 변화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뜻밖의 감동과 숙제까지 안고 가게 되는 작품이다. 픽사는 이번에도 성공했다.


개봉: 6월 17일/관람등급: 전체관람가/감독: 엔리코 카사로사/목소리: 제이콥 트렘블레이, 잭 딜런 그레이저, 엠마 버만/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러닝타임: 95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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