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이트 레이더스’ 고민 없이 반복되는 디스토피아의 피로함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영화는 근 미래 2043년을 배경으로 아이들을 징발해 인간병기로 기르는 독재국가와 그로부터 딸을 구하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스틸. 사진 더쿱
거대한 권위를 앞세우는 국가, 사고와 언어를 비롯해 국민을 획일화하고 그에 맞서 자유를 투쟁하는 이들을 억압하는 총구. 그동안 근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장르 영화에서 자주 봤던 이미지들이다. 실상 영화뿐만 아니라 이미 20세기 중반 모더니즘과 제국주의,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여러 문화 콘텐츠에서 우리는 이 같은 사유를 자주 접해왔다.
그러나 세상엔 여전히 독재국가가 존재하고, 권위가 자유를 말살하고,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이에 대해 끊임 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환원하고 재현해 공유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활동이며 시도다. 더불어 그 의미를 확장하고 깊이를 주기 위해선 더욱 많은 이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감독 다니스 고렛)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43년 독재국가의 인간병기로 길러진 딸과 그를 되찾기 위한 엄마의 사투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거대한 독재국가 에머슨은 새로운 전쟁을 일으켜 대제국을 세우려 하고 모든 국민을 획일화 하려 한다. 이에 자신만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토착민들은 쫓겨나거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동화되고 만다.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스틸. 사진 더쿱
이처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나이트 레이더스’는 참 지루하다.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하품이 나오고, 긴장감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크기가 조금 큰 드론 외에는 미래적인 모습도 없다. 미장센이나 연출을 차지하고서라도 이야기 자체에도 고루함이 묻어난다. 지난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된 이미지가 다시 한번 변주 없이 차용되는 이유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야기해온 주제를 지금 시대에 다시금 이야기하고 관객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자 했다면 기존 이미지를 답습하는 것이 아닌 신선한 방식의 풀이가 필요했다. 여러 번 반복된 이야기를 관객이 즐기기 위해선 전과 다른 차이를 느끼고, 그로부터 신선함과 재미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일차원적 고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큰 약점을 갖는다. 현재는 획일화된 권위에 맞서 투쟁하는 것만큼 서로의 이익만을 쫓아 여러 갈래로 나뉜 이들의 갈등과 혐오가 우리의 삶을 괴롭히고 있는 이슈다. 우리 시대는 ‘혐오의 시대’로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이나 별다른 언급 없이 선악이 너무나 분명하다. 이제는 자주 접하기 힘든 데우스 엑스 마키나(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한 위기 타개 수법) 조차 등장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말의 긴장감도 없던 상황에 결말까지 허무해 아쉬움만 남는다.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스틸. 사진 더쿱
개봉: 3월 3일/ 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다니스 고렛/출연: 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 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 알렉스 태런트/수입: ㈜더쿱/배급: 하이, 스트레인저/러닝타임: 101분/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