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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Jul 07. 2021

‘오필리아’ 비극의 아이콘에서 자유의 날갯짓으로

[리뷰] ‘오필리아’ 비극의 아이콘에서 자유의 날갯짓으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 영화 ‘오필리아’는 ‘햄릿’의 주요 인물 오필리아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원작 속 유약하게만 보였던 오필리아는 클레어 맥카시 감독의 손을 통해 스스로의 행복을 바라는 지극히 주체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인물로 재탄생 해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영화 '오필리아' 포스터.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현명함과 자유로움을 지닌 오필리아(데이지 리들리)는 왕비 거트루드(나오미 왓츠)의 총애를 받아 왕실의 시녀가 된다. 왕실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오필리아에게 첫눈에 반한 왕자 햄릿(조지 맥케이)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격차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고. 설상가상으로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왕국이 혼란에 빠진다. 선왕의 죽음에 커다란 음모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된 오필리아는 햄릿에게 모든 사실을 전하고, 햄릿은 클로디어스(클라이브 오웬)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영화 ‘오필리아’(감독 클레어 맥카시)는 타고난 현명함으로 왕비의 총애를 받아 왕실 시녀가 된 오필리아가 햄릿 왕자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면서 왕국을 둘러싼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의 주요인물 오필리아를 중심에 두고 ‘햄릿’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유약하고 수동적이기만 했던 기존의 오필리아와 달리 데이지 리들리가 분한 오필리아는 지극히 주체적이며 자유로운 인물로 등장했다.

영화 '오필리아'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가 색다른 감상을 남기진 않는다. 되레 원작을 얼마나 충실히 재현했는지가 영화를 평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오필리아’는 무엇을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구태여 고민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다. 원작의 아름다운 묘사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김과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며 이야기를 뒤틀었던 이유다. 영화 ‘오필리아’는 원작을 충분히 재현하면서도 색다른 감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셰익스피어도, ‘햄릿’도 생각나지 않는다. 캐릭터와 이야기가 새롭게 탄생되는 순간 영화는 ‘햄릿’에서 온전히 벗어나 ‘오필리아로’ 관객을 마주한다. 오필리아와 함께 거트루드 등 여성 캐릭터들은 각자의 욕망과 희망을 탐닉하며 인생을 개척한다. 언제나 주변 세계로부터 구속 받았던 당시의 여성은 오필리아와 거트루드의 주체적 선택을 통해 새롭게 그려진다.

영화 '오필리아'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캐릭터와 함께 영화의 미술은 특히 인상적이다.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 자연에서 배우는 예술을 표방한 유파)의 우아한 화풍을 담은 듯한 의상과 배경, 미장센이 돋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망선고로 불리는 원작 속 오필리아의 죽음과 같이, 영화는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를 섬세하게 오마주하며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데이지 리들리와 조지 맥케이를 비롯한 배우진의 출중한 연기 역시 영화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데이지 리들리의 당차면서도 자애로운 눈빛은 오필리아를 더욱 특별하게 그려냈으며, 조지 맥케이의 햄릿은 재능 있지만 동시에 충동적이고, 우유부단한 원작 속 햄릿을 더 없이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요컨대 이미 수 차례 만났던 ‘햄릿’이나 또 다른 얼굴로 돌아와 반가운 감상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지난 시대의 명화를 보는 듯하기도, 무대 위 연극을 보는 듯하기도 하지만, 결국 영화만이 뽐낼 수 있는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개봉: 7월 14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클레어 맥카시/출연: 데이지 리들리, 조지 맥케이, 나오미 왓츠, 클라이브 오웬, 톰 펠튼, 데본 테렐, 도미닉 마프햄, 데이지 헤드/수입: 그린나래미디어㈜/배급: 씨나몬㈜홈초이스/러닝타임: 106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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