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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Jul 12. 2021

‘제8일의 밤’ 번민과 번뇌가 쌓아 올린 아쉬움

[리뷰] ‘제8일의 밤’ 번민과 번뇌가 쌓아 올린 아쉬움

영화 ‘제8일의 밤’이 공개됐다. 이성민과 박해준, 김유정, 남다름, 김동영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불교적 색채를 바탕에 둔 한국형 오컬트를 표방하며 흥미를 돋웠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 넷플릭스


붉은 달이 뜨는 밤. 봉인에서 풀려난 붉은 눈이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 반쪽 검은 눈을 찾아간다.

광주 북산 암자의 하정 스님(이얼)은 2년째 묵언수행 중인 제자 청석(남다름)에게 깨어나서는 안될 것의 봉인에 관한 전설을 들려주며, 선화(진수, 이성민)를 찾으라 유언을 남긴다. 세상을 등진 전직 승려 선화, 박진수. 그는 귀신을 천도해야 한다는 숙명을 외면한 채 속세에서 살아가지만, 돌연 그를 찾아온 청석으로 인해 애써 모른 척해온 과거와 마주하고, 청석은 진수를 만나러 가던 중 하정이 준 사리함을 잃어버린 채 정체 모를 소녀를 만나게 된다.

영화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은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담았다. 2500년 전, 인간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지옥문을 열려고 했던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을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가두었다는 부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 작품으로, 불교적 색채를 바탕에 둔 한국형 오컬트 무비를 표방해 흥미를 돋웠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 넷플릭스


번민과 번뇌라는 관념을 상징하는 검은 눈과 빨간 눈. 영화 ‘제8일의 밤’은 다양한 상징이 담긴 여러 미장센과 흥미를 돋우는 불교 색채의 오컬트 설정을 무기로 흥미를 돋웠다. 2500년 전부터 내려온 신화를 재현한 듯 하면서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개인의 고통을 형상화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에 영화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나름의 긴장감과 장르적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8일의 밤’의 매력은 딱 거기까지다. 붉은 눈의 봉인을 푼 교수와 지키는 자의 업(業)을 지고 있는 진수를 비롯해 각 캐릭터에 깊이가 부족하니 몰입이 쉽지 않다. 진수의 과거는 쉽사리 풀어지나 가혹한 그의 운명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지는 개인의 번뇌로 급히 귀결된다. 기이한 사체들을 쫓아 진수를 추격하는 형사들은 지나치게 도구적으로 사용될 뿐이고, 동자승 청석은 순수함을 넘어 멍청해 보일 뿐이라 답답함을 자아낸다.

영화 '제8일의 밤' 스틸. 사진 넷플릭스


다양한 특수 효과가 덧입혀진 VFX 부분도 아쉬운 감상을 남긴다. 마블과 같은 화려한 CG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조악한 티는 벗겨내야 했다. 감정 이입이 쉽지 않은 캐릭터에 CG까지 몰입을 깨니, 도통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렵다. 붉은 눈과 검은 눈을 비롯 사막과 도끼, 사랑과 희생, 용서와 구원 등 다양한 메타포가 머리를 어지럽히지만, 지적 노동의 즐거움이 느껴진다기보다 호기심에 그친다.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니 재미 역시 뒤따르지 못한다.

킬링 타임 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이니만큼, 영화를 즐겨야 한다는 부담만은 덜하다. 영화가 아닌 소설 등 텍스트를 통해 만났다면 보다 흥미로웠을 법 하지만, 가볍게 즐겨볼 거리론 적당하다.


개봉: 7월 2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김태형/출연: 이성민, 박해준, 김유정, 남다름, 김동영, 이얼/제작: ㈜곰픽쳐스/공개: 넷플릭스/러닝타임: 115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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