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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Aug 17. 2021

‘팜 스프링스’ 재치와 변주가 자아내는 독특한 매력

[리뷰] ‘팜 스프링스’ 재치와 변주가 자아내는 독특한 매력

타임 루프 로맨틱 코미디 ‘팜 스프링스’가 국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소재 만으로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 것 같지만, 막상 마주한 ‘팜 스프링스’는 그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매력으로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았다.

영화 '팜 스프링스'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고 아름다운 오늘이지만, 끊임 없이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앤디 샘버그)에겐 100만 번째 마주하는 평범한 하루다. 그렇게 매일 같이 똑 같은 하루가 반복되던 어느 날, 나일스에게 특별한 일이 벌어졌다. 우연한 사고로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가 나일스와 함께 반복되는 하루 속으로 빠져버린 것. 매일 똑 같았던 하루는 특별한 나날이 되고,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는 조금씩 서로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영화 ‘팜 스프링스’(감독 맥스 바바코우)는 눈을 뜨면 항상 똑 같은 하루가 시작되는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두 남녀의 오늘만 사는 코믹 로맨스를 그렸다. 지난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베스트 코미디상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미국 인기 TV 시리즈 ‘브룩클린 나인 나인’의 앤디 샘버그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팜 스프링스'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소재만 보자면 특별한 것은 없다. 타임 루프를 소재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는 빌 머레이의 ‘사랑의 블랙홀’을 비롯해 ‘어바웃 타임’, ‘이프 온리’ 등 다양한 작품이 이미 관객의 마음을 울린 바 있다. 그러나 ‘팜 스프링스’는 앞선 작품들과는 다른 그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운, 변주 가득한 이야기부터 장르의 클리셰를 과감히 뒤트는 전개, 코믹한 설정, 다양한 메타포가 담긴 미장센까지. 영화는 한 순간도 관객을 지루하게 두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 ‘팜 스프링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고급 휴양 도시의 이름에서 따왔다. 뜨거운 사막 한 가운데 생겨난 오아시스처럼, ‘팜 스프링스’는 고단한 인생의 여정 한 가운데 결혼식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주는 배경이 된다. 하지만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순간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운명을 부여함으로써, 가장 아름다워야 할 순간과 장소를 가장 평범하고 비극적인 때로 전락시킨다. 인생의 찬란함과 절망 사이 경계에서 두 주인공은 삶의 목적을 찾아 나서며 성장과 사랑을 거듭한다.

영화 '팜 스프링스'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얼핏 어둡고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주제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고 가벼운 톤을 유지한다. 앤디 샘버그가 갖고 있는 특유의 캐릭터성에 상당부분 기댄 바가 없지 않지만, 영화 자체적으로도 빠른 속도감과 자유분방한 톤 앤 매너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티가 역력하다. 장르와 캐릭터, 연출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참신한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개봉: 8월 19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감독: 맥스 바바코우/출연: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수입: 그린나래미디어㈜/배급: ㈜디스테이션/러닝타임: 9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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