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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Aug 27. 2021

‘좋은 사람’ 선한 의도는 악한 결과의 면죄부가 되는가

[리뷰] ‘좋은 사람’ 선한 의도는 악한 결과의 면죄부가 되는가

배우 김태훈이 주연을 맡은 영화 ‘좋은 사람’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윤리와 믿음, 선행과 악행의 경계를 흩트리며 관객을 딜레마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은 작품으로, 김태훈의 깊은 연기 내공이 돋보이며 박수를 불렀다.

영화 '좋은 사람' 포스터. 사진 싸이더스


고등학교 교사 경석(김태훈)의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반 학생은 세익(이효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복도 CCTV에도 세익이 홀로 교실에 들어서는 것이 잡힌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어떤 말을 해도 믿을 테니 진실을 말하라고 하지만, 세익은 무조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날 밤, 학교에 같이 동행했던 경석의 어린 딸 윤희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세익은 다시 한번 범인으로 지목된다. 결정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정황이 세익을 ‘나쁜 사람’으로 모는 상황, 경석은 세익을 쫓으면서도 자신의 분노가 향해야 하는 방향에 의문을 갖는다.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은 교실 도난 사건과 딸의 교통사고, 의심받고 있는 한 명의 학생 세익,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교사 경석이 의심과 믿음 속에 갇혀 딜레마에 빠지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을 차지한 작품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정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 '좋은 사람' 스틸. 사진 싸이더스


우리는 언제나 각자가 가진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타인을 손쉽게 재단하고, 평가한다.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음에도 겉으로 드러난 작은 정황들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자신의 우월한 도덕성을 과시한다. ‘좋은 사람’은 바로 그런 우리 자신을 향해, 얼마나 무책임하고 두려운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인지, 거울을 들어 보이며 깨닫게 한다. 어쩌면 이제는 지겨운 소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사람’은 정의의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다.

간단한 몇 마디 단어로 표현했지만, 영화의 핵심을 설명하기란 퍽 곤란하다.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 일인지 알기 힘든 경석의 이야기를 따라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진실과 윤리에 대한 딜레마 속으로 초대하는 이유다. 영화가 흘러갈수록, ‘좋은 사람’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었던 경석과 관객은 정의와 도덕, 선행과 악행, 진실과 거짓에 대한 혼란에 빠져들고 만다.

영화 '좋은 사람' 스틸. 사진 싸이더스


장르적으로 바라볼 때, 영화는 서스펜스나 스릴러라기보다 드라마에 가깝다. 사건의 진실을 쫓는 경석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그날의 비극을 되짚어갈수록 만나는 것은 모두의 결백과 향할 곳 없는 분노다. 유력 용의자의 담임 선생님이자, 피해 아동의 아버지인 경석이 느끼는 감정의 결을 따라 관객은 조금씩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관객을 이끌어간다. 깊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어색함 없는 부드러운 연출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끝까지 ‘좋은 사람’이길 바라는 김태훈의 안정적인 연기는 깊은 내공이 엿보여, 그에 대한 기대를 새롭게 한다.

요컨대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다 세부적으로 묻는 이야기인 만큼, 소재가 신선하진 않으나, 완성도 있는 이야기 구성과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정의’에 대한 거시적인 물음을 포기하고 지엽적으로 파고든 만큼, 영화는 보다 우리의 삶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는 이의 폐부를 찌른다.


개봉: 9월 9일/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감독: 정욱/출연: 김태훈, 이효제, 김현정, 김종구, 박채은/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배급: 싸이더스/러닝타임: 101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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