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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Aug 31. 2021

‘D.P.’ 여전한 현실에 침음하는 우리를 위해

[리뷰] 넷플릭스 ‘D.P.’ 여전한 현실에 침음하는 우리를 위해

지난 27일 정해인, 구교환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공개됐다.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시점으로 다양한 사연과 함께 군 내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한 작품으로,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지난 실제 사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로 보는 이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드라마 'D.P.' 스틸. 사진 넷플릭스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무엇 하나 나아지는 것이 없었던 준호(정해진). 그는 답답한 현실에서 도망치듯 급히 군대에 입대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매일같이 들이닥치던 가혹한 현실에서 도망치던 준호는 군대에서 도망친 다른 이들을 쫓는 D.P.로 차출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탈영병의 행적을 쫓던 그는 그들을 군대 밖으로 내몬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D.P.’(연출 한준희)는 탈영병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탈영병을 잡는 군인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군대 내 부조리는 물론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담아낸 이야기로 누적 조회수 1000만을 기록했던 화제의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한 번 시작하면 시리즈를 모두 볼 때까지 멈출 수 없다. 훈련소를 거처 자대에 적응하고 있는 준호의 모습이 공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군대를 전역한 이들조차 낯선 D.P.라는 독특한 소재는 흥미를 돋운다. 그렇게 시작한 6부작 시리즈는 시청자를 숨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

군대 내 생활상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전역자들의 공감을 부르고, 적나라한 표현은 군대가 낯선 이들을 향해 충격을 선사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탈영병들의 이야기는 안타까움과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D.P.와 탈영병의 거친 추격전과 액션은 시각적인 쾌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드라마 'D.P.' 스틸. 사진 넷플릭스


물론 이에 그쳤다면 ‘D.P.’는 별다른 감상을 남기지 못한 그저 그런 추억 소환 드라마에 그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탈영병을 쫓던 헌병들의 이야기는 자대 내 한 명의 병사가 탈영을 시작하며 급격한 전환을 맞는다. 단순히 흥미로운 소재로만 예상했던 이야기가, 우리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실제 여러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여러 부조리를 가감 없이 들춰내며 단숨에 보는 이를 압도한다.

언어 폭력은 물론 물리적인 폭력과 성폭력, 성추행, 가혹행위, 강압적인 상명하복 문화 등 2014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인권을 존중하는 병영문화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담화문이 발표되는 와중에도, 내무반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관성은 폭력을 중첩시키고, 쌓아 올린 무관심은 광기를 낳았다. 착하다 못해 호구처럼 매일 웃던 준호의 선임 조석봉(조현철) 일병은 그렇게 괴물이 되고 만다.

이를 단순히 드라마 속 이야기로, 허구로만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드라마 속 표현된 여러 가혹행위들은 실제 군대 내에서 있어왔고, 이로 인해 벌어진 참극 역시 현실에 있었다. 2014년 4월 7일 발생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2014년 6월 21일 발생한 제22보병사단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드라마 역시 이를 의식한 티가 역력하다.

여러 사건이 있었던 뒤에야 한국 군대는 병영 문화를 개선한다며 여러 대안을 내놓고 실행에 옮겼다. 군 복무 중 휴대폰을 소지할 수 있고, 전 계급이 함께 지냈던 내무반은 동기 생활관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2021년 오늘, 군대 내 가혹행위는 사라지고, 병영 문화는 개선됐을까. 지난 5월, 성추행 피해자 공군 부사관이 목숨을 잃었고, 해군에서도, 육군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드라마 'D.P.' 스틸. 사진 넷플릭스


겉으로는 매일 같이 ‘선진 병영 문화’를 외치지만, 곪아있는 상처를 덮기에 급급할 뿐이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들춰진 셈이다. 드라마 ‘D.P.’ 속 가혹행위에 폭발해 탈영병이 되어버린 조석봉 일병은 “수통에 적힌 날짜가 1953년이다. 수통도 안 바뀌는데 뭘 바꿀 수 있겠느냐”며 자조석인 미소를 보낸다. 모두가 안다. 군대를 다녀온 이라면, 그렇지 않은 이라도 충분히 한번쯤을 들어봤을 법한 웃픈 이야기다.

군대를 이미 거쳐왔기에, 웃을 수 있고,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기에 무시할 수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내일, 여전히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아들이 있고, 동생이 있으며, 친구가 있다. 군대 내부의 일이라며, 그네들의 탓으로 돌릴 뿐이었던 지난날에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드라마 ‘D.P.’는 그렇게 가슴 아픈 자화상을 들이밀며 시청자로 하여금 부끄러운 하루를 보내게 만들었다.

끝없는 무시와 핍박, 추억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경멸의 대상이자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군대. 누군가는 이제 ‘선진병영’이라는 슬로건 하에 기강이 해이해진 것을 넘어, 당나라 군대가 되어버렸다며 조롱하기도 하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국군. 우리 사회의 안녕을 지키는 방패이자, 우리의 가족은 물론 우리 자신이 몸담았던 곳에는 더 이상 국민들의 신뢰가 남아있지 않다. 우리는 언제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위해 진정한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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