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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Sep 03. 2021

‘기적’ 이런 신파라면 울어도 좋아

[리뷰] ‘기적’ 이런 신파라면 울어도 좋아

올 추석 연휴에도 어김없이 ‘신파’를 무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영화 한편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박정민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 ‘기적’이 그것. 허나 지나치게 감정을 쥐어짜며 억지로 울음을 유도하는 일반적인 신파와 달리 ‘기적’은 소소하게 쌓아가는 귀여운 에피소드와 감동으로 기분 좋은 울림을 남겼다.

영화 '기적'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 오늘까지 청와대에 딱 54번째 편지를 보낸 준경(박정민)의 목표는 바로 마을에 기차역이 생기는 것이다. 기차역은 어림없다는 원칙주의 기관사 아버지 태윤(이성민)의 반대에도 누나 보경(이수경)과 마을에 남는 것을 고집하며 왕복 5시간 통학길을 오간다. 그의 엉뚱함 속 비범함을 단번에 알아본 자칭 뮤즈 라희(임윤아)와 함께 준경의 노력은 계속되고, 결국 준경과 마을사람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인 양원역을 세우기에 이른다.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것이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연출했던 이장훈 감독의 신작으로, 카세트 테이프부터 두꺼운 지도 책, 폴라로이드 사진기, 장학퀴즈, 문방구 등 1988년 그 시절 순수하고 정겨운 아날로그 볼거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기적'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올 추석 명절에 가족과 함께 즐길 영화로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귀엽고 소소한 설정으로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내고,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해 1988년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여러 소품이 보는 이의 추억을 소환하며 남다른 감상을 남긴다. 경북 영주 지역의 정겨운 사투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당시의 노래는 물론 카세트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 정겨운 학교의 풍경 등이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이에게도 괜스레 반가운 마음을 들게 한다.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함께 영화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도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최근 극장가를 차지하고 있는 화려한 영상미나,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찾아볼 수 없지만, 담백하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드라마가 현실에 지친 관객의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진다. 특별히 클리셰를 뒤틀려 노력하지도, 신선한 설정을 가미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이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타율 높은 유머와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덕이 크다. 지루함이 샘솟는 순간 등장하는 소소한 유머들이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박정민과 이성민을 비롯한 탄탄한 내공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기적'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흔히 한국 영화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신파’ 역시 분명히 있지만,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감정의 결 덕분인지, 조금의 거부감도 없이 반갑기만 하다. 전하려는 메시지에 더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관객의 마음을 움켜쥐려 한 노력이 역력하다. 이런 신파라면 몇 번을 만나더라도 반가울 터다. 몽글몽글하고 귀여운 이야기에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지는 작품이다. 올 추석 명절, 가족과 함께 영화 한 편을 즐기고 싶다면, ‘기적’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


개봉: 9월 15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이장훈/출연: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제작: 블러썸픽쳐스/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러닝타임: 117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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