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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Sep 06. 2021

‘아임 유어 맨’ 우리 삶의 원동력에 대하여

[리뷰] ‘아임 유어 맨’ 우리 삶의 원동력에 대하여

우리는 기나긴 인생을 살아가며 늘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오늘보다 내일 행복할 수 있을지, 누구와 함께하면 행복한 아침을 맞을 수 있을지. 그를 위해 우리는 삶의 가장 밑바닥까지 보여도 충분히 의지할 수 있을만한 누군가를 찾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다. 삶의 동반자를 찾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고, 소비하는 우리. 영화 ‘아임 유어 맨’은 바로 그런 우리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떤 것이 우리의 삶을 나아가게 하는지 고민한다.


※ 본 기사에는 ‘아임 유어 맨’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아임 유어 맨' 스틸. 사진 콘텐츠게이트


페르가몬 박물관의 고고학자 알마(마렌 에거트)는 연구비 마련을 위해 완벽한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수만 명의 데이터 분석을 거쳐 알마의 뇌와 취향까지 완벽하게 분석한 휴머노이드와 만나게 된 알마. 그러나 알마는 오직 그만을 위한 알고리즘으로 짜여진 로맨스 파트너 톰(댄 스티븐스)을 향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영화 ‘아임 유어 맨’(감독 마리아 슈라더)은 사랑에 무관심한 알마가 그녀의 완벽한 파트너로 설계된 휴머노이드 로봇 톰과 3주간의 동거라는 특별한 연구에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현대인의 완벽한 파트너 대안으로 고안된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영화는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제71회 독일영화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등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108분의 러닝타임이지만 기본적인 이야기의 플롯은 간단하다. 영화는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 완벽한 휴머노이드가 개발되면서 인간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까운 미래. 사랑을 믿지 않고, 기계 역시 경계하는 알마가 3주 동안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하며 겪는 내면의 변화를 담았다.

나의 모든 취향을 꿰뚫고 있고, 집안일은 물론, 섹스 판타지부터 감정적 위로까지 전해주는, 나만을 위해 설계된 로봇. 겉모습조차 완벽한 이상형으로 분한 휴머노이드는 얼핏 내게 무한한 행복을 선사해줄 것만 같다. 현실에 지쳐서 우울할 때면 위로의 말을 건넬 것이고, 집안일 역시 완벽하게 되어있으니 고된 가사노동에서도 해방될 터다.

영화 '아임 유어 맨' 스틸. 사진 콘텐츠게이트


허나 인간이란 참으로 모순적인 동물이라는 것이 ‘아임 유어 맨’을 통해 다시 한번 들춰진다. 간단한 이야기의 줄기처럼, 영화의 메시지도 명료하다. 영화 결말부에 이르러 엠마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3주 동안 함께한 소감을 덤덤히 말하는데, 그는 ‘함께한 시간 동안 위로가 됐으며, 사랑을 받았고, 행복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함께하면 안 된다’고 털어놓는다.

로봇이 주는 행복감에 인간은 도취되고, 중독돼 결국 안주할 것이며, 고인 채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을 위해 가정을 이루고, 직업을 찾지만, 당연하게 주어지는 행복은 그저 인간을 나태하게 만들기만 할 뿐이라는 의미다.

영화는 행복을 바라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과 고난과 좌절, 분노와 슬픔과 절망. 온갖 치열한 감정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에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안다고 말한다. ‘아임 유어 맨’은 나의 취향을 모조리 꿰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해 인간의 삶과 행복, 사랑에 대한 질문을 건네고,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파고든다.

영화 '아임 유어 맨' 스틸. 사진 콘텐츠게이트


아쉬운 것은 영화가 너무나 간단히 모든 것을 설명하고, 단정지어버렸다는 것이다. 간단한 이야기 만큼, 명료한 메시지. 충분히 여러 방향성으로 상상력을 뻗어나갈 수 있도록 열어둘 수 있었음에도, 영화는 구구절절 감독의 생각을 나열하는 것으로 관객의 재미를 앗아가 버렸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기에 특별히 반박할 거리는 없지만, 그렇기에 영화의 재미는 반감되고야 말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임 유어 맨’은 색다른 감상이 남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흔한 유럽 풍 아트 영화를 만나는 듯 하다가도 의외의 장면에서 유머와 재치로 관객의 웃음을 터뜨린다. 왠지 모를 한국어 대사까지 첨가돼 괜스레 반갑기도 하고, 삶의 아이러니와 인간의 모순성을 들춰내는 다양한 미장센은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개봉: 9월 16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감독: 마리아 슈라더/출연: 마렌 에거트, 댄 스티븐스, 산드라 휠러/수입: ㈜콘텐츠게이트/배급: ㈜라이크콘텐츠/러닝타임: 107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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