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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Sep 07. 2021

‘켈리 갱’ 영웅의 광기를 통해 그려낸 시대의 폭력

[리뷰] ‘켈리 갱’ 영웅의 광기를 통해 그려낸 시대의 폭력

영화 ‘1917’의 주연 조지 맥케이가 돌아왔다. 호주의 홍길동, 임꺽정으로 불리는 네드 켈리의 전기를 담은 영화 ‘켈리 갱’이 지난 31일 국내 개봉 소식을 알린 것. ‘1917’에서 숨막히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조지 맥케이는 ‘켈리 갱’을 통해 그야말로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박수를 불렀다.

영화 '켈리 갱' 스틸. 사진 오드 AUD


아직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1800년대 후반,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암울했던 시대. 빅토리아 퀸스랜드의 아일랜드계 빈민가정 켈리 가문은 오늘도 끔직한 하루를 보낸다. 경찰의 지속적인 압박과 생존을 위해 경찰에게 몸을 팔기 시작한 어머니, 가혹한 운명에 일찍 삶을 마감한 아버지까지.

켈리 가문의 장남 네드(조지 맥케이)는 살아남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무법자 해리(러셀 크로우)에게 네드를 부탁하고, 네드는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모진 세상에서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영화 ‘켈리 갱’(감독 저스틴 커젤) 폭력으로 점철된 19세기 후반 호주, 무법자 해리 파워와 부패경찰 알렉스 피츠패트릭(니콜라스 홀트)에 맞서 전투를 벌인 영웅, 혹은 범죄자 네드 켈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켈리 갱' 스틸. 사진 오드 AUD


네드 켈리는 호주의 홍길동, 임꺽정이자 로빈 후드인 의적이다. 실제 19세기 후반 호주에서 활동했던 은행강도로, 불우한 가정사를 지니거나, 가난한 이의 물건은 훔치지 않았으며, 당시 영국인 지주와 공권력에 의해 핍박 받던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영웅으로 불리기도 했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총을 뽑아 든 영웅. 그런 네드 켈리이기에, 그의 삶을 담은 영화는 일찍부터 있었다. 심지어 세계 최초의 장편 극영화가 바로 호주 멜버른에서 상영한 ‘켈리 강도단 스토리’다. 2003년에는 히스 레저와 올랜도 블룸, 나오미 왓츠, 조엘 에저튼이 주연을 맡았던 ‘네드 켈리’가 개봉하기도 했다.

그와 같은 작품들은 네드 켈리를 우상화하고, 그의 영웅적인 삶에 심취한 이야기를 담곤 했다. 실제로 민중을 위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압제자들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던 전설적인 인물이니, 어쩌면 당연한 시선이었을 터다.

영화 '켈리 갱' 스틸. 사진 오드 AUD


그러나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켈리 갱’은 그보다는 조금 다른, 도발적인 시선으로 네드 켈리를 바라본다. 불우한 가정사도, 부패한 경찰도, 네드를 범죄자로 몰아간 기득권층의 압제도 모두 있지만, 영화 속 네드는 그보다 더 깊은 심연에서부터 뿌리깊은 광기를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네드의 광기는 여러 미장센을 통해 드러난다. 쉴새 없이 까마귀가 울어대는 황무지와 오두막, 관객마저 혼란스럽게 하는 번쩍이는 플래시, 정신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 등 영화는 네드 켈리의 내면을 일그러뜨리며 당시의 폭력과 광기를 여과 없이 들춰냈다.

덕분에 영화만을 따라간다면 네드 켈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켈리 갱’은 네드 켈리의 삶을 그린다기보다 그의 눈동자를 통해 시대를 비춘다. 그를 향한 온갖 종류의 압제와 폭력, 그가 가하는 온갖 살인과 강도 행위, 작가가 되려는 듯 글을 쓰려는 괴상한 집착 등이 19세기 호주 사회는 물론 민중을 향한 기득권의 부당한 억누름을 꼬집는다.

영화 '켈리 갱' 스틸. 사진 오드 AUD


덕분에 영화의 장르는 액션이라기에도, 드라마라기에도 애매하다. 네드의 심리를 따라 질주하며 관객의 숨을 조금씩 조여간다는 점에서 스릴러에 가깝다. 물론 특별한 반전이나 색다른 소재를 기대할 순 없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전개와 얼핏 심히 거칠게 느껴지는 감정선에 당혹스러움도 잠시, 조지 맥케이를 비롯한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는 그 모든 의뭉스러움을 단숨에 잠재운다. 특히 조지 맥케이는 건실한 청년의 올곧음에서 출발해 광기와 불안, 두려움을 넘어 회한에 이르는 인생의 모든 과정을 눈빛에 담아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요컨대 이야기보단 미장센에 눈길이 가고, 이미지보단 배우들의 연기에 압도되는 작품이다. 조지 맥케이와 함께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찰리 허냄 등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켈리 갱’을 통해 연기를 통해 압도한다는 경험을 새롭게 느껴볼 수 있겠다.


개봉: 8월 31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저스틴 커젤/출연: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찰리 허냄/수입·배급: 오드AUD/러닝타임: 125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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