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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Sep 09. 2021

‘보이스’ 어중간한 상업영화가 남기는 아쉬움

[리뷰] ‘보이스’ 어중간한 상업영화가 남기는 아쉬움

배우 변요한, 김무열이 주연을 맡은 범죄 액션 영화 ‘보이스’가 베일을 벗었다. 매해 심각해져만 가는 범죄인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영화는 특별한 매력을 발하지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도 못한 채 아쉬움을 자아냈다.

영화 '보이스' 스틸. 사진 CJ ENM


건설현장 직원들의 가족을 상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한 순간에 보이스피싱의 늪에 빠져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작업반장이자 전직 형사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격하고, 중국에 위치한 콜센터 본거지에 잠입한다. 개인정보확보, 기획실 대본입고, 인출책 섭외와 환전소 작업까지 대규모 콜센터의 규모에 놀란 서준은 이내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마주한다.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보이스피싱 세계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제작진은 지능범죄수사대, 화이트 해커,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전담반 등 전문가들의 협조와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디테일을 살렸다.

영화 '보이스' 스틸. 사진 CJ ENM


보이스피싱이라는 소재는 흥미롭다. 매해 피해액은 커져만 가고 있고, 개인정보 유출은 시민들의 의식은 이제 두려움을 넘어 무덤덤해질 정도로 빈번해졌다. 그러니 보이스피싱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룬 영화를 통해 사건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속 시원한 결말을 그리며 피해자들을 향한 심심한 위로를 보내는 것은 어쩌면 반갑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구조가 워낙 단순하고, 캐릭터들 역시 지나치게 평면적이기에 영화는 ‘부실하다’는 인상을 남기고 만다. 주인공 서준은 거대한 경찰 조직이 겨우 흔적을 발견한 콜센터의 위치를 단 며칠 만에 찾아내기도 하고, 수많은 범죄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홀로 잠입해 고강도 액션을 펼치며 홀로 사투를 벌여 끝내 승리한다.

전직 에이스 형사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지만, 이 같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그리고자 했다면 차라리 히어로 장르로 틀어버리거나, 케이퍼 무비 장르로 뒤트는 방법이 있었을 터다. 대기업 자본의 힘을 빌려 스케일은 크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는 사라지고, 이야기에 몰입하긴 더욱 힘드니 장황한 공익 광고 한 편을 마주한 듯 하다.

영화 '보이스' 스틸. 사진 CJ ENM


영화는 지난 한국 범죄 오락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클리셰 역시 그대로 답습했다. 일개 개인의 추적보다 늦는 공권력의 무능함, 천재적인 화이트 해커이면서도 허술한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조력자, 끝까지 방심하다 허무한 최후를 맞는 범죄자에 이르기까지. 이미 한참이나 지난 유행이 다시 한번 펼쳐지는 와중, 주인공의 현란한 액션과 보이스피싱 본거지의 거대한 스케일 등이 눈길을 현혹시킬 뿐이다.

허술한 대본 사이 배우들의 열연이 무너져가는 영화를 지탱한다. 물론 마냥 정의롭고 분노한 변요한의 모습이나, 엘리트적인 면모 뒤 광기를 발하는 김무열의 모습은 다소 지겨운 바 있다. 그러나 두 배우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처절함, 분노 등의 감정선은 스크린을 충분히 장악하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요컨대 기본은 하지만, 별다른 매력은 없는, 어중간한 영화다. 한국 영화의 완성도가 올라가고,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눈높이 역시 올라갔다. 마냥 명쾌하고 단순한,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 좋은 영화에 관객이 흥미를 느낄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그만 접는 것이 좋겠다.


개봉: 9월 15일/관람등급: 15세 이상관람가/감독: 김선, 김곡/출연: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제작: 수필름/배급: CJENM/러닝타임: 109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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