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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Nov 05. 2021

‘강릉’ 올드한 느와르에 비친 현실, 그 음울한 매력

[리뷰] ‘강릉’ 올드한 느와르에 비친 현실, 그 음울한 매력

배우 장혁과 유오성이 주연을 맡은 영화 ‘강릉’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영화는 평화로웠던 도시 강릉에서 낭만에 살고 낭만에 죽었던 건달들이 점차 비정한 세계로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얼핏 올드한 느와르를 보는 듯 지루하다가도, 현실 속 우리 사회의 변화와 다르지 않는 건달들의 모습에 눈길을 뗄 수 없는 음울한 매력이 엿보인다.

영화 '강릉' 스틸. 사진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강릉 최대 조직의 간부 길석(유오성). 평화와 의리를 중요시하며 질서 있게 살아가던 그 앞에 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남자 민석(장혁)이 나타난다. 첫 만남부터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민석에 기묘한 느낌을 받았던 길석. 민석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두 조직 사이에는 겉잡을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 ‘강릉’(감독 윤영빈)은 강릉 최대 리조트 건설을 둘러싼 서로 다른 조직의 야망과 음모, 그리고 배신을 그렸다. 배우 장혁과 유오성, 오대환과 박성근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신예 윤영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신예의 작품이라 하지만 영화의 스타일은 꽤나 올드한 면이 있다. 베테랑 배우들의 힘 덕분일지 몰라도 능숙한 연출과 어색함 없는 짜임새가 영화의 완성도를 보장한다. 허나 주의할 점은 ‘클래식’이 아니라 ‘올드’하다는 점이다. 거칠지만 낭만이 가득했던 건달들이 점차 비정한 짐승으로 변해가는 이야기는 언젠가 한번쯤은 만나본 듯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강릉' 스틸. 사진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릉’은 의외의 매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이 있다. 무자비한 폭력이 거칠게 이어지는 와중 감성적인 이미지와 캐릭터의 사실적인 감정선이 보는 이의 공감을 자극하는 이유다. 푸르고 시원해만 보였던 강릉의 바다가 점차 어둑하고 음울한, 피비린내가 풍기는 진창으로 변해갈 때, 관객은 오랜만에 만난 정통 느와르의 시린 매력으로 빠져들게 된다.

더불어 ‘강릉’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춘듯한 여러 요소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비록 건달이었으나 낭만이 가득했고, 결코 ‘선’은 넘지 않았던 길석이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짐승으로 화할 때, 영화는 번뜩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어느새 탐욕과 시기로 가득한 승자독식 사회로 변해버린 지금이, 여유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이 끊임없는 사투를 벌여야 하는 오늘이 상기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닐 터다.

요컨대 비록 올드한 이야기와 구성임에도 나름의 구색과 매력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작품이다. 물론 느와르 장르의 인기가 상당히 식어버린 요즘,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향하게 만들기는 어렵겠다. 그러나 탄탄한 연기 내공을 지닌 배우들의 연기와 능숙한 연출,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바탕 된 작품이니 만큼, 킬링타임 용으로는 더 없이 적합할 듯 하다.

영화 '강릉' 스틸. 사진 스튜디오산타클로스


개봉: 11월 10일/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감독: 윤영빈/출연: 유오성, 장혁/제작: ㈜아센디오/배급: ㈜스튜디오산타클로스/러닝타임: 119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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