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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Nov 05. 2021

‘나를 잡아줘’ 관계의 속도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리뷰] ‘나를 잡아줘’ 관계의 속도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찬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관객의 마음에 따뜻한 분홍빛을 선사할 영화 한 편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누구나 서툴 수밖에 없는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장이 담긴 작품 ‘나를 잡아줘’가 그것. 영화는 현실 속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질문을 바탕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가미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나를 잡아줘' 스틸. 사진 태양미디어그룹


어제도 혼자, 오늘도 혼자인 미츠코(노넨 레나). 그는 혼자 고깃집을 가는 것은 물론 공원, 원데이 클래스, 온천 여행까지 다니는 만렙 솔로다. 여느 날처럼 혼자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날, 미츠코는 관계사 영업맨인 타다(하야시 켄토)를 우연히 만나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조금씩 두 사람의 관계는 좁아지기 시작한다. 썸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관계에 멘탈이 점점 흔들리는 미츠코. 그는 퍼스널 썸 도우미 A를 호출해 그의 가이드에 따라 뚝딱거리는 연애에 몸을 맡긴다.

영화 ‘나를 잡아줘’(감독 오오쿠 아키코)는 만렙 솔로 미츠코카 퍼스널 도우미 A의 가이드를 따라 연하남 타다와 연애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제33회 도쿄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관객과 평단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으로, 일본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노넨 레나와 영화 ‘다이브!’, ‘러브 레시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의 하야시 켄토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나를 잡아줘' 스틸. 사진 태양미디어그룹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된 연출과 연기가 어김없이 펼쳐지지만, 눈길을 떼기 힘들다. 작고 소소한, 그러나 그만큼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가 스크린에 수 놓이는 이유다. 퍼스널 도우미 A라는 독특한 상상을 소재로 영화는 새로운 관계 맺기에 두려워하는 우리네 모습을 짚는다. 

기본적인 플롯은 평범한 로맨스다. 지난 상처들에 지쳐 차라리 솔로이길 택한 이가 자신과 꼭 닮은 이를 만나 점차 괴로움을 잊고 사랑에 빠져든다. 허나 드문드문 튀어나오는 송곳과 같은 장면들이 있다. 여느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 일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다가도, 불쑥 자아에 대한 실존적인 물음이 보는 이를 향한다.

퍼스널 도우미 A의 존재가 특히 그렇다. A는 인공지능도, 미츠코의 정식 상담가도 아니다. 미츠코는 흡사 미친 여자처럼 스스로 A라는 존재를 만들어 자신의 질문에 답을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츠코는 A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자각하고 있지만, 그의 존재에 상당한 의존도를 보인다. 영화는 미츠코가 A와 함께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다투며, 지난날의 상처를 마주하고, 끝내 헤어지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한 명의 독립적인 주체가 어떻게 성장하게 되는지 형상화한다.

영화 '나를 잡아줘' 스틸. 사진 태양미디어그룹


다만 이런 저런 고민에 막상 표방하고 있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영화는 특별한 설렘이나 공감을 자아내는 사랑을 그리기보다, 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은 우리네 모습과 개인의 성장담에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요컨대 이제 막 시작되는 관계에 설렘이 가득하지만 마음 한 켠 왠지 모를 두려움을 경험해본 관객이라면 흥미로울 수 있는 작품이다. 비록 경쾌하게 해결될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은 없을 지라도, 영화는 연인, 썸남, 썸녀, 친구, 가족, 직장 동료 등 언제나 관계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는 우리를 향해 작은 위로를 전한다.


개봉: 11월 11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오오쿠 아키코/출연: 노넨 레나, 하야시 켄토/수입∙배급: 태양미디어그룹/러닝타임: 134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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