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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무비 Nov 08. 2021

광기에 휩싸인 세상 가운데 ‘인간’에 대한 물음

[리뷰] ‘지옥’ 광기에 휩싸인 세상 가운데 ‘인간’에 대한 물음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이 공개를 앞뒀다. ‘서울역’, ‘부산행’, ‘반도’ 등으로 인간의 어두운 이면과 디스토피아를 그려왔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광기에 휩싸인 사회 가운데 인간과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남다른 감상을 남겼다.

드라마 '지옥' 예고편. 사진 넷플릭스


여느 날과 같이 평범한 오후, 서울 한복판에 갑작스럽게 지옥의 사자들이 나타나 ‘지옥행 시연’을 펼친다. 평범했던 세상은 하루아침에 걷잡을 수 없는 공포와 혼란에 잠식되기 시작하고, 이 틈을 타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새진리회가 나타나 사람들을 선동한다. 극도의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새진리회를 맹신하며 따르기 시작하고,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들은 죄인으로 낙인 찍히며 사회는 점차 광기에 매몰된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의심하고, 비난하며 펼쳐지는 현실 속 지옥 가운데 신의 진정한 뜻은 무엇일까.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연출 연상호)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혼란을 틈타 부흥한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함께 그렸던 웹툰 ‘지옥’을 원작으로, 배우 유아인과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김도윤, 김신록, 류경수, 이레가 주연을 맡았다.

드라마 '지옥' 예고편. 사진 넷플릭스


고루하고 허점투성이인 법 체계가 사회적 공감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촉법소년이라며, 술에 의해 정신이 온전치 못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가벼운 형량만을 받는 사건들에 우리 사회가 공분했던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연상호 감독은 바로 이 지점을 활용해 시청자를 단숨에 몰입시킨다. 지옥의 사자가 등장해 죄인을 심판한다는 소재를 바탕으로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 사회적 약속과 정의에 직접적인 물음을 던진다.

염세적인 시각을 꾸준히 견지해오며 디스토피아를 그렸던 연상호 감독인 만큼 ‘지옥’ 역시 호락호락한 세상이 아니다. 지옥의 사자와 새진리회 출연 이후 세상은 광기와 혼돈에 휩싸이고, 법과 질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오로지 지옥에 대한 공포만이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는데, 연상호 감독은 그렇게 형성된 기괴한 사회마저도 다시 한번 무너뜨리며 사회와 인간, 정의와 법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을 전개한다. 지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정의로움이 규정되는 이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은 지성과 자유, 신뢰와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드라마 '지옥' 예고편. 사진 넷플릭스


이야기의 메시지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배우들의 힘이다. 특히 유아인과 이레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유아인은 원작 웹툰 속 주인공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음울함과 광기를 쉼 없이 발산했다.

이레는 희열과 슬픔, 쾌감과 공포, 죄악감과 성취감 사이에서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얼핏 언제나 그렇듯, 신파의 도구로 등장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의 존재감은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이야기에 충격을 선사하는 중요한 키로 활용된다.

역시나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어 몰입에 방해를 주는 CG는 아쉽다. 더불어 먼저 만날 수 있었던 3화까지에서는 이야기에 맞지 않는 허술한 설정이 군데 엿보인다. 그러나 다양한 복선과 선택지를 숨겨둔 만큼, 앞으로 남은 에피소드를 통해 상당부분 메워질 것으로 보인다.

연상호 감독은 좀비 디스토피아에 이어 지옥 디스토피아를 구현해냈다. 초자연적 현상과 그로 인한 혼란, 그 가운데 엿보이는 인간성과 정의를 확인하는데 노력해왔던 그인 만큼 ‘지옥’에서도 어두워가는 세상 속 꽃피우는 희망과 연대를 만날 수 있을 터다.

“세상의 해체와 재건, 또 한번의 해체를 통해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연상호 감독. 그의 말마따나 ‘지옥’이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이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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