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참고 견디면 /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 현재가 한없이 슬프다 해도
모든 것은 한순간에 지나가는 것 / 그리고 지나간 것은 /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푸시킨의 시이다. 유명한 시라서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다.
시쳇말 중에 ‘억까’라는 게 있었다. ‘억지로 까다’를 줄여서 쓰는 말인데, 상대방을 특별한 이유 없이 비난, 비판하고 그 이유가 정말 억지에 가까울 때 쓴다. 조금 더 확장해서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라고도 한다.
위의 시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억까가 될 거 같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데 세상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거나 나를 시험하는 것 같은 상황에 종종 놓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억까라고 생각이 들면서 섭섭하고 슬프고 나만 힘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긍정의 마인드로 애를 쓰고 있다면 세상이 나서서 나를 좀 띄워주고 내가 가는 길에 순풍을 불어주면 좋겠건만, 가시밭길을 만들고 함정을 파고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나 잘 되려고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해’라고 나를 한 번 더 일으켜 세우는 주문을 스스로에게 걸지만, 한 켠으로 씁쓸하고 눈물이 찔끔 나오게 된다.
나는 이제 겨우 40년 조금 안 된 인생을 살아왔지만 인생의 쓴 맛이 느껴질 때마다 허공에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때마다 마신 소주가 참 달았는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삶은 추와 같아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의 양극을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며 찍는다고 하는데.
좋은 일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을 때는 삶이 절대 나를 억까한다는 생각을 안 하지 않는가. 기회가 왔고, 운도 받쳐준다고 생각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며 신나게 달릴 것이다. 안 좋을 때만 기회도 없고 운도 없다는 비참한 생각이 든다.
안 좋은 일이 몰아서 온다면 나의 인생 추가 나쁜 일 극단을 찍고 다시 좋은 일 쪽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재정비를 하고 기회를 기다리며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매몰되어서 그르치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한다.
삶은 언제나 나의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값으로 삶을 배운다. 뒤통수가 여러 번 얼얼해져 봐야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넓고 깊어지는 것 같다.
오늘도 내 뒤통수가 얼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