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한다고 하면 보통 영업사원을 많이 떠올린다.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하고 각종 컨설팅을 통해 설루션을 제공하는 게 대부분의 업무라고 생각한다.
맞다. 영업은 현장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영업을 하면서 승진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장(長)의 자리에 앉게 된다. 이때부터는 현장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것 외에 내부 영업이라는 하나의 미션을 얻게 된다.
장(長)이 아니라고 해도 내부 영업은 하지만 장(長)의 자리에 앉게 되어서는 내부 영업은 절대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가 된다. 특히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 중간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많이 놓이는데 그때 중간 리더의 방향과 색깔이 어떠하냐에 따라 한 조직을 살리고 죽이고 가 판가름 나기도 한다. 내부 영업이라는 표현을 써서 잘못 전달될 수 있지만 과한 아부를 하거나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내부 영업은 곧 리더의 그릇이라고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장(長)의 자리를 맡고 가장 어려웠던 건 부하직원과의 소통이었다. 나와 동급이거나 상사를 대했던 경험은 많지만 부하직원을 대한 경험이 현저히 부족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나날들이었다. 나와 생각이 너무나도 다른 사람도 많았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지도 감이 안 왔다. 이 와중에 ‘착한’ 리더로 보이고 싶어서 무리하게 에너지를 썼던 적도 많았다.
결론은 ‘착한’ 건 도움이 안 된다는 거였다. 착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를 해주면 내 그릇이 커지고 장(長)으로서 역할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완전 반대였다. 내가 맡은 조직은 뭉쳐지지 않았고 리더인 나는 방향을 잃은 느낌이었다. 그 끝은 와해된 조직을 마주하는 거였다.
그릇을 넓힌다는 건 그냥 다 들어주고 다 품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들어주고 품어줘야 하지만 갈등도 만들 필요가 있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피하지 않고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하기 싫은 일을 마주하고 부딪혀야 리더로서 그릇이 커지는 것이었다. 큰 대가를 치르고서야 이걸 깨달았다.
지금도 내 작은 리더의 그릇을 마주할 때마다 속이 상한다. 얼마다 더 대가를 치러야 내 그릇은 더 커질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러나 어찌하겠나. 갑각류도 커지려면 탈피를 하고 고통을 이겨내야 하듯이 리더도 커지려면 탈피와 같은 고통을 느끼고 여린 속살이 다시 단단해질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장(長)의 자리는 어렵다. 하지만 반드시 그 자리가 주는 달콤함이 어려움보다 클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장(長)의 역할을 묵묵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