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죽이라는 대나무가 있다. 대나무 중에 최고의 대나무라고 한다. 모죽은 씨를 심고 물을 열심히 주고 애써 길러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적어도 5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싹이 나기 시작하는데, 싹이 돋기 시작한 후로는 하루에 80cm씩 자라난다고 한다.
그럼 5년 동안은 무엇을 한 것일까.
모죽은 위로 솟기 이전에 뿌리부터 넓고 깊게 내리며 기초공사를 열심히 해둔다고 한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위로 몇 십 미터가 자란다고 해도 금방 무너질 테니 말이다.
영업하는 사람들 중에 모죽 이야기를 못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거 같다.
영업하는 사람들에게 성장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처음엔 잘 못 했고 부족했지만 다양한 경험과 노력으로 극복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장하는 거에만 신경 쓰면 빨리빨리 해내는 것에만 매몰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배워서 해내는 능력은 실무 하는 데 있어 너무 중요하다. 그렇지만 빠르게 해내는 것에만 익숙해지면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는 것을 놓칠 수도 있고, 시간이 들어가야 하는 일에는 집중을 못 하거나 금방 지쳐 버릴 수도 있다.
나 역시 성격이 급하다. 빨리빨리 안 되면 답답하다. 결과도 금방 나오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으면 화가 나기도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도, 고객 하고도 이런 부분에서 혼자 속앓이를 할 때가 많다. 이럴 때마다 한 번씩 숨 고르기 시간을 가지고 단계별로 다시 체크하려고 한다.
내가 건너뛴 것은 없는지,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기초가 흔들릴 일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상대와의 정보나 경험차이에서 오는 소통오류는 없었는지.
업을 수행해 온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뿌리를 제대로 못 내리고 시간을 보냈다면 경력을 쌓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도 성인이 되는데 20년이 걸린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10살이 갑자기 20살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것은 없다.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뿌리를 잘 내리자. 모죽이 30미터 성장하기 위해 숨죽이고 긴 시간 동안 뿌리내린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