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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습관 만들기(15)

정리는 언제 할까?

by Sman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보면 일의 속성을 급한 정도의 변수와 중요성 정도 변수로 해서 4가지로 나눈다. 급하면서 중요한 일, 급하지만 안 중요한 일, 안 급하지만 중요한 일, 안 급하면서 안 중요한 일로 나눈다. 모든 사람들이 제일 먼저 처리하는 일은 급하면서 중요한 일이다. 제일 마지막으로 처리하는 일은 안 급하면서 안 중요한 일이다. 남의 두 가지의 일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급하지만 안 중요한 일을 안 급하지만 중요한 일보다 먼저 한다고 한다. 플래너를 쓰는 이유는 안 급하지만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리, 운동, 독서 등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삶에서 밀려나는 행동들이다. 이런 일들을 의도적으로 플래너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에게 정리하는 일은 안 급하지만 중요한 일이다. 의식적으로 삶의 스케줄 안에 넣어야 하는 일이다.


일과 중에 정리하는 일을 의무적으로 넣었다. 처음에 하루를 정리하는 의미로 저녁 8시에 알람을 맞추었다. 정리의 시간이라는 의미이다. 종이 울리면 먹이를 기다리는 파블로브의 개처럼 알람이 울리면 정리를 하기로 했다. 알람이 울리면 정리를 시작했다. 청소도 하고 아이들 물건도 정리하고 이런저런 정리 일들을 했다. 몇 주 잘하다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제일 큰 문제는 저녁 8시란 시간이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였다. 에너지가 없는 상태라 새로운 곳을 정리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다른 곳을 정리하기보다는 매일 하던 기본 청소와 정리만 하게 되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는 중요한 일들을 오전에 처리하고 오후시간 이후로는 중요한 일정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하는 데 있어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말이다. 정리가 진정 원하는 일이라면 되도록이면 이른 시간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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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녁 8시란 시간이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 정리에만 집중하기는 힘든 시간이었다. 아이들 씻는 것도 도와야 하고 공부도 봐줘야 한다. 작은 아이는 책을 들고 읽어달라고 요구한다. 또 저녁 약속도 생긴다. 안그래도 바쁜 시간에 정리라는 일거리를 하나 더한 것 같다. 변수가 너무 많은 시간이었다. 가족들과의 갈등도 생겼다. 아내는 애들 때문에 바쁜데 꼭 지금 정리해야 하냐고 불만이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제 숙제를 끝내고 좀 쉬거나 놀려는데 아빠의 정리와 정리 잔소리가 힘들었다. 아이들이 막 어지르고 있는데 그걸 정리하는 나도 기분이 상하고 힘들었다. 힘든 시간들이 이어지면서 어느 날 8시 알람을 끄게 되었다. 또 긴 정리 휴식기가 시작되었다. 정리는 혼자만의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바쁘거나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는 시간은 피하하자.


정리를 알리는 저녁 8시 알람을 통해서 습관을 형성하려는 전략은 실패했다. 저녁 8시가 나에게 적절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특정 시각을 정하는 것도 조금 문제가 있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그 시각에 정리를 수행하지 못하면 왠지 실패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습관을 형성하려면 계속 반복하고 또 그것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올라가야 하는데 특정 시각에 못하게 되면 수행을 했더라도 왠지 성공적인 느낌이 들이 않았다. 그래서 저녁 8시마다 정리하는 것은 완전 실패였다.


그럼 정리를 언제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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