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습관 만들기(2)
관심을 갖고 노력도 꽤 했다.
평생 어지러운 환경에 살았지만 정리된 환경으로 살려고 꾸준히 노력은 계속했다. 어릴 때는 정리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정리했다. 한 번씩 서랍을 다 엎어 내용물을 정리했던 기억이 난다. 정리를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어지러워졌다. 평소 물건을 사용하고 아무 데나 막 두니 늘 다시 어지러운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늘 정리에 대한 로망은 가지고 있었다.
어릴 때 TV프로그램 중에서 집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보통의 남자 어린아이라면 그런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었을 텐데 이상하게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흉했던 공간이 멋지게 변신했다. 새 집을 볼 때 나오는 배경음악은 요즘 공간 변화 프로그램에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소리만 들어도 정리된 새집이 연상될 만큼 나에게는 기분 좋은 음악이다. 공간이 과연 어떻게 변할지 집중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프로그램은 없어졌지만 지금도 그것을 모티브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신박한 정리’이다. 연예인들과 정리 컨설턴트가 나와 집 상태를 보고 있는 것들만 활용해서 공간을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신박한 정리의 정리 전문가 썬더왕 이대표님의 유튜브는 구독하고 즐겨본다.
리미님 블로그정리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다. 처음으로 읽은 책이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란 책이다. 책의 내용은 버리라는 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 옷은 버리고,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도 버리고, 선물도 맘에 안 들면 준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버리란다. 버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버릴까 말까 고민되면 다 버리라는 내용이었다.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나에게는 꽤 충격적인 책이었다. 고장 난 물건도 잘 버리지 못했는데 버릴지 말지 고민되는 것도 버리라니 그 당시에는 엄청 당황스러웠다.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 맞는 말이었다. 버리고 후회하면 그때 다시 사서 더 소중하게 쓰면 된다. 그 책을 읽고 버리는데 대한 과감성이 많이 생겼다. 일본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님의 책도 다 읽어 봤다. 이 분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책 제목도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이다. 버리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아직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행위는 고통스러운 행위이다. 버리는 것에 대한 고통을 생각하니 사는 것에 대한 신중함이 좀 생긴 것 같다. 싸다고 막 사지 않는다. 공짜라고 막 받지 않는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정리에 대한 책이 있으면 자주 빌려 읽었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들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서 도서관에 보이는 대로 빌려서 읽었다. 뿌미맘이라는 미니멀 라이프 블로거를 이웃으로 추가하고 그녀의 사진도 보고 글도 자주 읽었다. 그 집은 정말 물건이 없었다. 주방도 거실도 텅 빈 느낌이고 수납장 안도 물건들이 적었다. 이렇게 사는 것도 좋겠지만 너무 넘사벽이었다. 미니멀 라이프는 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생활이 많이 불편할 것 같았다. 그냥 나도 열심히 정리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해보게 되는 수준의 정리이다. 그래도 보이면 관심이 간다.
정리와 수납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정길홍 강사님 수업을 들었는데 강의가 아주 유용했다. 실용적인 지식들이 많았다. 배운 대로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이렇게 저렇게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노력을 멈추었다. 강의에서 들은 지식이 도움은 되었지만 집이 그렇게 깨끗해지지는 않았다. 너무 디테일한 것들은 나의 상황과는 잘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
이렇게 정리에 대해 관심도 있고 노력도 하는데 왜 내 집 정리는 잘 되지 않는 걸까?
훌륭한 마케터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안 사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버린다. 조금 사려는 내 마음을 많이 사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사게 된 물건들에 둘러싸여 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면 불필요하게 많이 샀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리는 불가능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