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리 습관 만들기(4)

정리를 왜 하지?

by Sman

왜 정리하는 것에 매번 실패하면서도 계속하려는 걸까?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냥 관심이 간다. 정리하는 것이 나쁠 건 없다. 정리된 깨끗한 집에서 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리 이론이나 책들을 이렇게 말한다. 정리하면 물건을 찾는데 시간이 덜 걸려서 시간을 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불필요한 물건을 덜 쓰게 되고 더 작은 집에서 살아도 되니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설레는 물건들만 남으니 삶이 설렌다. 정리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 봐서 이런 내용들이 사실 조금 식상하게 느껴진다. 정리로 인한 시간적 경제적 이득은 정리의 결과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를 하면서 시간과 돈을 연결해서 생각한 적은 거의 없다. 더 근본적인 정리 욕구는 무엇일까?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요즘같이 SNS가 많은 사회에서는 마음이 복잡하다. 유튜브는 쉴 새 없이 내가 관심 있어할 만한 영상을 보내준다. 카톡과 각종 알람 소리는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댄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안 복잡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나 좀 봐줘’하고 알람이 울려대니 마음이 한곳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거 조금 저거 조금 하면서 관심사가 계속 여기저기로 옮겨간다.

그런 모습에 스스로 못 마땅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싶다. 산만하고 어지러운 정신 상태에서 나를 찾기란 힘들다.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면서 물리적인 공간도 같이 어지러워진다. 정신이 맑아지면 공간도 정리될 것이다. 반대로 공간이 정리되면 복잡한 마음도 정리되지 않을까?


정리를 해보니 정리는 내가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내가 가진 물건들을 보면서 과거의 나를 만난다. 과거의 나를 만나보니 내가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인다. 객관적으로 나를 보니 이런저런 모습이 보인다. 좋은 모습도 보이고 안 좋은 모습도 보인다. 과거의 내가 한 선택들로 지금의 내가 이루어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도 잡을 수 있다. 좀 더 중요한 일들을 하고 싶고 그런 일들을 우선순위로 두고 싶다.

백지 같은 텅 빈 공간이 있어야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 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 그런 공간에서는 관심사가 나밖에 없다. 텅 빈 내 안에 무엇을 넣을까? 텅 빈 공간에 무엇을 둘까? 지금까지의 나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 나의 선택들로 만들어진 진정한 나인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만들어진 가짜 나였나? 정리하는 행위가 가짜의 나를 벗어나 진짜의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진정한 나를 찾고 만나는 행위인 것이다. 정리된 공간에서 진정한 나를 채우길 바란다.


실제로 정리를 하면서 삶에 변화가 일어났다. 불필요한 물건, 일, 생각들을 많이 버렸고 중요한 것들로 대체한 기분이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줄어드니 불필요한 일들도 줄이게 되었다. 하고잡이인 내 성격인데 하고 싶은 일들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계속 정리해 나간다면 진심으로 집중할 것들 몇 개가 남을 것이다. 내 성격 상 그런 일들이 바뀌긴 하겠지만 그런 일들로 둘러싸인 삶을 살아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정리를 왜 하시나요?

작가의 이전글정리 습관 만들기(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