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엄마라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랄라이 Aug 06. 2022

엄마의 엄마




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아이들이 방학을 하였습니다.



여유로운 시간이 1초도 없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가 많고


둘이 잘 논다 싶으면

조금이라도 누워 있고 싶어 침대에 몸을 맞겨보지요.



그러다 으악 소리와 함께 이내 몸을 일으킵니다.



엄마~~~~~~~~~~~~~~!!!!!!!!!!



오빠가~!!!!!!!!!!!!!!!!

여니가~!!!!!!!!!!!!!!!


으아



놀아줘


심심해



놀아줘



심심해



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의 방학입니다.






후아




기운을 내려면


아이들이 잘 때 저도 바로 뻗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를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덜 짜증을 내거든요.




책을 읽어도 집중이 안되고

글도 연히 쓸 수 없지요.





익사이팅한 방학입니다.




치우고 먹이고 치우고 먹이고

놀아주고받아주고 치우고 정리하고

이방 치우면 저 방이

거실 치우면 이방이

저 방을 치우면 다시 거실이




무한반복


아이들의 창. 의. 력.이라 부르고



말썽이라 읽는다.





ㅎㅎㅎㅎ






그러다 친정에 왔습니다.



아이들은 마당이며 할머니 집을

창의력이라 부르고





엉망이라 읽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후아


한숨지어 보며


여기서도 치우고 먹이고 무한 반복을 시작하려는데.




아이들의 엄마의 엄마가 말합니다.



" 들어가서 한숨 자~"




아이들을 뒤로하고

엄마를 뒤로하고



안방에 들어가 자도 자도 피곤한 몸을 침대에 가져다 놓지요.





그리고 오늘은


" 도서관 가서 좀 쉬다와~"



하십니다.




이불을 잔뜩 꺼내 빨랫대 위에 올려 인형 집을 만들고는

덥다 배고프다 징징 거리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부엌에서 아이들 간식을 만드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엄마를 뒤로하고





서둘러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에 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지요.



 







아이를 키우며 항상 그랬습니다.



저 혼자 고군분투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것 같은 아이와의 24시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한 반복의 시간들.



아기의 엄마의 엄마는


그렇게


엄마의 아기를 돌봅니다.




푹 재우고

맘껏 먹이지요.





30살이 되어도 40살이 되어도



아마 제가 60살이 되어도






저는 엄마의 아기일 테지요.




마냥 예쁘고

마냥 안쓰러운




엄마가 된 엄마의 아기요.



















매거진의 이전글 바닷가 쓰레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