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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Aug 25. 2022

여름 추억 하나, 봉선화

그리고 엄마 






저는 어릴 적 여름만 되면 

봉선화 물을 들였습니다.



왠지 안 하면 서운할 것 같아.


조금 커서도 들였던 것 같습니다.




밤새 그 불편함을 감수해야지만 예쁜 손톱이 될 수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봉선화를 올리고 하룻밤 잤더니

예쁜 색이 손톱을 물들인다? 


참 신기하더라고요^^





이런 생각은 누가 했었을까요?


예나 지금이나 예뻐지려 하는 것은 본능인 것 같습니다.^^







2020년 여름 

여니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봉선화 물을 들였습니다.











5살 작은 아이가

봉선화가 뭔지도 몰랐을 텐데


할머니, 엄마가 손톱이 예뻐진다며 얘기하니


열 손가락을 다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고무줄이 편할 것 같아 해 주었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 너무 불편해서 실로 바꾸어 주렸는데



여니는 혹시 불편하다고 하면 봉선화 물이 들지 못할까 봐 


" 나 안 불편해 안 불편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열 손가락을 비닐로 감싸고 자는 것만도 많이 불편했을 텐데


불평 없이 잠이 든 것을 보고


예뻐지고 싶은 것은 어린아이에게도 본능인가 보다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너무 행복해했지요~


짠하고 손톱이 물들었으니까요^^














그렇게 6살은 봉선화 꽃이 없어 들이지 못하다가


7살 여름엔


할머니 이웃집에서 따온 봉선화로 물을 들여 보았습니다.





역시나


열 손가락 다 한다고 하더라고요.


7살 언니가 되어서 그런지 의젓합니다.




빨갛게 들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기대를 하면서 자는 여니.




올해도 예쁘게 봉선화 물이 들었습니다. 















여름 하면 생각나는 어릴 적 추억들이 많습니다.



그중 


엄마가 곱게 봉선화꽃을 찧어서 봉선화 물을 들여주었던 기억은


저에게 아직도 예쁘게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저의 엄마는 똑같은 방법으로

봉선화 꽃을 따와

적당히 말려놓고

소금을 넣고 곱게 찧어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비닐을 자르고 실을 잘라


손가락 하나하나에 정성스레 올려 묶어 주지요.




30대의 고왔던 손으로 딸에게 해주었을 엄마가

이제 60대의 주름진 손으로 딸의 딸에게 봉선화 물을 들여줍니다.





실이 잘 안 보여 이제는 딸의 도움을 받으면서요.






그 마음이.

봉선화 꽃을 따서부터 예쁘게 들여주기까지.


그 하나하나의 마음이


손녀딸 손이 예뻐질

손녀딸이 좋아할 것이라는 마음이


어릴 적 나에게도 그랬을 마음이 


이제야 느껴지는 조금은 미련한 딸입니다.






여니의 추억 한 페이지



할머니의 사랑이 예쁘게 물든 손톱처럼 

예쁘게 자리 잡길 바라봅니다.









봉선화의 추억으로

봉선화의 예쁜 희생으로(?)



엄마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감사한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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