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은 시원해
9월이 채 되기 전
해가 빨리 지고
아침과 밤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줍니다.
아 여름이 지나갔구나.
시원 섭섭한 기분이 드는 건
여름이 더워 싫었지만 여름이어서 즐겼던 추억들이 들어서..
그리고 시간이 참 너무 빨리도 지나가 버려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을 추억하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계곡 사진이야 말로
정말 시~~~ 원하네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분이 듭니다.
(여름이 가고 있다는 거지요.)
파주 할머니 댁 근처에
유명하지 않은 작은 계곡이 있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진 후라 물이 많습니다.
큰 바위에 걸터앉아 발은 계곡물에 담그고
하늘과 산과 물과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계곡 물이 흐르는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나무 나무마다 예쁜 초록빛이 참 아름답습니다.
하늘 위의 하얀 구름들도 참 아름답습니다.
그 속에서
재밌게 놀고 있는
제 아이들의 모습은 백배고 천배고 더 아름답고요.
아이들이 잘 놀아주니
주변의 자연이 보입니다.
물 웅덩이를 만들고
댐을 만들고
돌을 들추고
물고기를 찾아보고
나뭇잎을 내려보내며 경쟁도 해보지요.
장난감 하나 없어도
돈 한 푼 들이지 않았는데
3-4시간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놉니다.
이렇게 감사해도 되는지.
이 모든 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며
한 없이 감사했습니다.
그다음 날
튜브며 수영복을 챙겨 다시 계곡으로 왔습니다.
똑같은 계곡인데
물의 양도 줄고
하늘의 모양도 다릅니다.
어제 와서 재밌게 놀았던 그 놀이를 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또 다른 놀이를 찾아냅니다.
계곡물 슬라이드도 만들고
튜브 배도 타보지요.
수영복을 입지 않은 손과 다리는
구분이 질 정도로 까맣게 탔습니다.
아이들을 씻기며
재밌게 놀았다는 훈장처럼 보여 흐뭇해졌습니다.
여름,
아이들의 10살 7살 여름은
계곡 물의 시원한 느낌과 즐거웠던 감정이 자리 잡겠지요?
저의 여름도 좋았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