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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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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Aug 19. 2022

이렇게까지 사랑스러울 일이야?

남매 이야기




후니가 딱 4살이 되던 해

여니가 태어났습니다.




엄마의 온전한 사랑을 받고 자란 후니는

여니가 낯설었겠지요.



설마 엄마를 뺏기겠어?



ㅎㅎㅎ




보기 좋게

엄마를 빼앗겼습니다.



엄마의 눈길이 엄마의 몸이 작은 아기를 향했고

후니는 혼자 노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동생이 자니까

동생이 깨니까

동생 먹이고 동생 씻기고


뒤로 밀리는 시간들이 많았을 테지요.










하지만


후니는 4살 5살 6살

기관에 다니지 않고

여전히 엄마 곁에서 동생 곁에서 24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며


여전히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요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만이 사랑받는 것은 아니지요.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주었습니다.




그렇게 24시간 365일 우리 셋은 붙어 있었습니다.







동생이 걸으면 함께 손을 잡고

책을 보면 동생을 곁에 두고 읽어주고






후니가 그림을 그리면 곁에 앉아 그림을 그려준 여니입니다.

무엇이든 함께 했습니다.








한해 한해 아이들이 자랄수록

여자애 따로 남자애 따로

지낼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엇나가고


둘은 여전히 함께 붙어 지냅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곳을 걸어가고

꼭 안아주고 커줍니다.







오빠가 학교에 가기 시작하고

오빠 마중이라도 나가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뛰어가 서로를 꼭 안아주고

손잡고 집으로 옵니다.











10살 7살


이 두 아이는


여전히 함께 합니다.



최고의 장난감이고 최고의 친구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빠를 찾고

여니의 볼에 뽀뽀를 해줍니다.



" 엄마가 여니를 낳아줘서 나는 좋아"


라고 말하는 10살  후니입니다.



여니가 먹기 싫어하는 버섯은 후니가 먹어주고

오빠가 그림을 그리기 싫어하면 여니가 대신 그려줍니다.


젓가락이 서툰 오빠 입에 음식을 넣어주기도 하지요.


좋은 것을 보면 오빠~ 여니야~ 불러 보여주고 함께합니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서로 맛 보여 주고

1개의 물건이 서로 갖고 싶으면 이내 서로의 협의점을 찾아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를 합니다.




때때로 으르렁 거리기도 하지요.

서로의 의견을 얘기합니다.

저는 싸운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의견이 맞지 않았지요.


둘 다 안아줍니다.


여니가 바락바락 우길 때

후니는 여니는 달래주고 내치지 않습니다.


억울하면 엄마를 찾아 울지만

이내 즐거운 오빠로 돌아옵니다.



후니는 지금까지 여니를 단 한 번도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여니가 사랑스럽다고 말해줍니다.



여니는 오빠가 좋습니다.



곁에서 최고로 잘 놀아 주는 오빠니까요.
















오늘 아침

저는 왜 이렇게 피곤하고 지친 지 늦게 침대에서 나왔습니다.



거실 가득 온갖 것을 다 꺼내놓고 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예쁩니다.


감사합니다.


코끝이 찡합니다.




남매이기에

훗날 사춘기를 겪고 결혼을 하게 되면

서로 남처럼 지낼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어린 시절 행복했던 추억, 잘 지냈던 추억이

각자의 삶을 지탱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꼴등입니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지요.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 자유를 빼앗기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힘들지요. 이것도 분명합니다.

그래서 안 낳기도 하고 혹은 1명만 낳지요.

1명도 이렇게 힘든데? 또? 1명만 잘 키우면 된다라고 단정 지어 버립니다.



이렇게 아이가 내 자유를 빼앗고 내 돈을 빼앗는데?



제가 대신 키워줄 수 없기에, 살아 줄 수 없기에

감히 주변 누군가에게 낳아라 낳지 마라 결혼을 해라 마라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대한 저의 언어폭력입니다.






하지만

이토록 사랑스럽게 자라 준다면

낳아 볼만하지 않나요?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도록 잘 한일이 이 두 아이를 낳은 것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저는 꼭 이 두 아이를 낳을 겁니다.


아니 꼭 만나고 싶습니다.


저는 엄마라는 사람, 직업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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