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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Aug 30. 2022

책 육아 10년 내가 도서관, 서점에 가지 않는 이유


책 육아로 10살, 7살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 아이가 지금까지 읽어준 책 포함 읽어간 책들이

1만 권은 진작에 넘을 겁니다.

(정확한 수치화는 할 수 없지만)


지난 9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저는 아이들과 도서관과 서점에 

많이 가지 않았습니다.


거의 가지 않았지요.


책 육아에 꼭 필요한 것이 도서관이라고 했는데

서점에 자주 가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할 수 있었다면 더 할나위 없이 좋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 이제 핑계(?)를 대보겠습니다. 


도서관에 가지 않은 이유는



첫 번째,


아이들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후니가 4살, 한창 책에 풍덩 빠져서 "책 읽어줘! 책 읽어줘!!" 시기에

둘째 여니가 태어났습니다.



이때 제 몸은 제 몸이 아니었지요.


후니를 기관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하루 

버텨가는 시기 었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간다?


한 아이가 엄마를 부르면 다른 아이가 울고

울고 있는 애 달래러 나갔다 오면 한 아이가 엄마를 간절히 찾고 있고...


" 쉿! 조용! 가만히 있어야 하는 곳이야" 

"알았어~ 엄마 갈게~ 잠깐만!  여기 있어~ 이거  줘~? 저거 줘~? 쉿! 거긴 안돼!!"


하다가 왔으니까요.....


하.


1-2번 그렇게 하고는


아이들이 클 때까지 절대 오지 않으리 다짐을 했습니다. 










두 번째,


책을 곁에 두고 보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후니는 책을 곁에 두고

또 보고 또 보고

여러 번 보았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다시 돌려줘야 하기에


1년 뒤에 다시 빼볼 기회가 없지요.




1번 읽고 하루 뒤에 또 읽고 또 읽는 게 아니라


몇 개월 뒤, 몇 년 뒤  예전 책이 눈에 훅  들어오는 순간


기억의 회로를 연결해서 읽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또 깊게 빠져들었지요.



우주책이 그랬고

자동차 책이 그랬고

역사책이 그랬고

과학책, 곤충 책들이 그랬습니다.



'이제 안 좋아하네' '이제 처분해도 되겠다' 싶은 책을 

 몇 개월 뒤 1년 뒤 그리고  2-3년 뒤에도 다시 빼보고

그 책에 훅 빠져서 읽고는 했습니다. 



지금도 후니는 읽었던 책을 또 보고 또 봅니다.


며칠 전 아이 아빠가


" 그거 다 읽은 거 아니야? 또봐?"라고 하더군요. 



"3번 4번을 봐도 또 재밌어!"라고 후니는 얘기합니다. 










세 번째,


먹고 밞고 찢어지고 쌓아도 놓고, 책이 장난감이 될 수 있도록



까꿍이 시절 아이들은 책을 빨면서 봅니다.


보는 건지 먹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땐 그렇지요.


보드북을 시작으로 얇은 종이책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책을 정말 많이 찢어 놓았습니다.


펴놓고 밝고 뛰다가 북북 찧어지는 일이 많지요.


20번도 넘게 반복해서 보는 책들은 너덜너덜 찢기고 걸레가 되기도 했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으로 성을 쌓다가


털썩 앉아 몇 권씩 읽어 나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후니가 책을 접어 가면서 읽어 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습관처럼 책을 읽을 때 하는 행동이 있거든요 

어쩔 땐 손을 비비며, 어쩔 땐 누워서, 어쩔 땐 꼭 세워서.


한 번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는데

한쪽 끝을 계속 접으면서 읽고 있었습니다.


빌려온 책을  훼손한다는 생각으로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아이 아빠가 보고는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빌려온 책은 그렇게 보면 안 된다고

후니는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지

결국 그 책은 접힌 채로 식탁 위에 있다가 도서관에 반납되었습니다.





편하게 보길 바랬습니다.


책은 그냥 재밌는 것


내가 읽으면 좋은 것



그래서 책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서점에 가지 않는 이유


이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서점은 아이들을 유혹한다는 것입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가면 신간들도 볼 수 있고

직접 사주기도 하고 좋지요.




그렇지만


10살 7살 전의 아이들, 지금도 그렇습니다.



서점엔 책들 말고도 장난감이 꼭 함께합니다.




책을 보러 갔는데


아이들은 다른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만화책부터, 색칠 공부책, 알록달록 지우개, 장난감이 섞인 책, 각종 스티커들, 캐릭터 인형들,  



엄마가 원하는 데로


책을 꺼내 고르는 아름다운 모습은


훗날이나 가능할 것 같네요^^;;







10살 7살 아직은 어린아이들과


도서관과 서점은 


저에게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한 명이었으면 가능했을까요?


그랬을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어디까지나 그건 저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니 생각지 않기로 했습니다.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서점에 가지 않아도


책 육아할 수 있습니다.



단, 책을 많이 사주어하지요.


그리고 많이~ 읽어주어야 합니다. 





후니는


책을 밥 먹는 것보다 옷 입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아주 많이, 자주 읽습니다.


속독은 기본이지요.


글자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잡지도 신문도 백과사전도 만화책도 광고판도


관심이 있는 글자엔 어김없이 멈춰 읽어보지요.







읽기 독립이 된 아이들은 계속 책을 읽어갑니다.


속독까지 된다면 넣어주어야 될 책들이 많습니다.



요즘에는 도서관에서 후니 책들은 빌려다 줍니다.


후니는 재밌는 책이 많다며 사달라고 하지요


그런 책들은 집에 들여 줍니다. 






여니까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읽기 독립이 된다면


도서관과 서점을 

지금껏 가지 못한 것에 더해 

문턱이 닳도록 다니고 싶습니다. 










책 육아,

아이들이 책과 함께하는 인생이 되도록

계속 해나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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