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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Sep 07. 2022

육아/ 옷과의 전쟁, 그럼에도 감사합니다.




남자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까요?

 여자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까요?




저는 어느 아이를 키워도

힘들지는 않습니다.




ㅎㅎㅎㅎ



진심입니다.



제가 선택해서 낳은 제 생명들 이니까요.

아이들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생명들이지요.

매일이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그러나,



제 몸은 하나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매 순간 혼자의 힘으로 아이들을 감당하기가 벅찰 때는 있습니다.

하나의 몸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해 내야 하고 선택을 해야 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아이들은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첫째 후니를 키우면서는

옷에 대해 후니의 의견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단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으니까요)

입혀주는 데로 지금까지도 입고 있지요. 




둘째 여니는

옷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예민한 아이입니다.


두 아이를 비슷하게 키웠다고 생각하는데

180도 다른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났네요.




첫째 후니는 옷을 주는 데로 입는 대신에

거꾸로 입고, 뒤집어 입고, 구겨입고, 팬티 보이게 입고, 양말에 바지가 끼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


흠.



다시 입으라고 백번을 말해도

또 그런 일이 반복되는



아들입니다.







둘째 여니는 본인이 직접 입겠다고 산 옷들도

단 한번 입고는 안 입겠다고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유치원 가기 전날 골라놓은 옷은

아침이면 입기 싫다고 다른 옷을 고르고 골라 입고 갑니다.


어떤 날은 제가 한 번도 본적 없는 친구의 이름을 대면서

그 아이 옷과 비슷하게 입고 싶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



흠.




옷장에 옷이 가득 차 있어도

입을 옷이 없다고 하는



딸입니다. 

















아침에 입고 갈 옷

3가지를 펴놓고 잡니다.



그리고 아침이면 이 옷들 말고


다른 옷을 꺼내 입고 갑니다. 




...

(할 말 무)













한번 입고 간 옷은 다시 입고 가기 싫어합니다.



매일 다르게 입어야 하지요.






" 저번에 입고 갔던 옷이잖아. 싫어"

" 이 옷은 짧아서 싫어"

" 이 옷은 분홍색이라 싫어" (일주일 전에 분홍색이 제일 좋다고 말한 아이입니다)

" 이 옷은 헐렁거려서 싫어"

" 이 옷은 입고 가면 아이들한테 주목받아서 싫어"

" 바지라 싫어"

"치마라 싫어"




...

(할 말 무)








어떤 날은 조심스레 달래도 보고

그렇구나~~(오은영 박사님처럼)라고 공감하고 이해해주고


어떤 날은 피곤하고 시간은 없는데 

꼼짝하지 않고 있으면

싸우팅이 나갑니다.


" 어쩌라는 거야!! 직접 골라 입어!! 지각하면 지각한다고 울 거잖아!! 다다다 다다닥 왈가불가 어쩌고저쩌고...."






하.




그리고 곧 후회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엄마를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닌데

본인의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게 해 줄 것을

무엇이 우선인지

머릿속 오류를 범한 저를 반성합니다.






왜 반성하게 되냐면...











이토록 예쁘기 때문입니다.



" 엄마 싫어!!!" 

"엄마가 제일 나빠!!"


하면서 유치원에 가서도

엄마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옵니다.


작고 보드라운 손으로 엄마에게 보여줄 기대를 하며 만들었을 테지요.



돌아와 가방을 열고

제일 먼저 보여줍니다.



그리고 만들어 온 것을

 세상 제일 신이 난 얼굴로

세상 제일 예쁜 얼굴로

세상 제일 장난꾸러기 7살의 모습으로

설명하고 보여주지요.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모든 순간이 소중합니다. 


제가 선택했기에

그 선택이 너무나 큰 행복이기에

코끝이 찡하도록 감사합니다.




멀리 보면 전쟁이지만


아이가 악 지르는 동안 동그랗게 벌어지는 입마저 그 우렁찬 소리마저

또르륵 흐르는 눈물마저 

가까이서 보면 아름답습니다.





세상의 빛이 될 제 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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