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게 읽어줬습니다.

책육아 책읽어주기

by 랄라이




정말 말 그대로 무식하게 읽어만 줬습니다.




어떤 책이든 꼼꼼히 따져보며 사지도 않았습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

인터넷을 보며 후기를 이리저리 찾아보기에 시간이 너무 낭비되었어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인터넷을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쪽에 시선과 생각이 집중되어 있으면

아이들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아이들의 짜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반응이 느린 엄마는 아이에게 화를 부르거든요.




두 번째

저는 잠이 많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해야 될 것들이 많았습니다.

제 책도 읽어야 하고 아이가 잠들면 해야지 하고 놓아둔 집안일도 해야 하고

집안 살림에 필요한 것들도 주문해 놔야 했고

그러다 보면 잠이 쏟아지는데

이리저리 기웃대며 이 책이 좋네 저책이 좋네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세 번째

좋은 책의 기준은 제가 아닌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꽂히는 책이 있습니다.

그럼 샀습니다.

그리고 재밌게 읽어주었습니다.





물려받든 재활용에서 주어 오든 중고로 사든 새책을 사든


어떤 책이든 읽어주었습니다.





재미가 있고 없고는 아이가 판단했기에

저는 그저 읽어주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어떤 책이든 아이가 먼저 절대 빼보지 않았기에

저는 후니가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수천 권의 책을 다 읽어주었습니다.




이 책은 진짜 무슨 책이 이래? 버려야겠다 하는 책이 있어도

아이는 어느 한 그림에서 빵 터져 책이 닳도록 보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좋아했습니다.





이 책은 진짜 너무 재밌어!! 하고 읽어주면 한번 보고 다시는 꺼내 읽지 않는 것도 수두룩 했죠.



아이가 스스로 꺼내 읽는 책은

본인 재밌다고 느낀 책이었기에

우선 읽어주어서 '이런 책도 있어' 보여줘야 했습니다.




글자 없는 책도 두꺼운 백과사전도 발음도 뜻도 모르는 영어책도

어떤 책이든 가리지 않고 읽어주었습니다.




바닥에 엎드려서도 읽어주고 식탁에 앉아서도 읽어주고

자기 전에 읽어주고

소파에 앉아서 읽어주고 무릎 앉아놓고도 읽어주고

어부바해서도 읽어주고

이상한 자세로 책을 보더라고 그렇게 맞춰 읽어주었습니다.



책을 읽기만 하면 되었어요.





읽기만 하면 되니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저는 더 어려웠기에 진짜 무식하게 읽어 주었습니다.



만화책이든 백과사전이든

정말 읽어 주기 싫은 것도 읽어주었습니다.

이런 것 까지 읽어 줘야 되나? 싶은 아주 작은 글씨마저도 읽어 달라고 했어요.






아이가 읽어줘!라고 하는 것은 당장 읽어주던가

하던 일이 있으면

"이것까지 마무리하고 읽어줄게" 하고는


반드시 일을 마치고 읽어주었습니다.











여니가 태어나니 후니가 읽던 책을 많이 비웠는데도 집에 만여 권의 책이 있다.


만여 권의 책을 후니가 직접 빼서 읽었을까?


절대 아니다.


후니는 읽기 독립이 7세가 되어서야 완성이 되었다.

그래서 읽기 독립 전에 책을 수천 권씩 읽어 주었다.



읽기 독립이 된 후엔

절반 정도만 빼서 읽고

나머지 빼보지 않는 책들은 여전히 읽어 주고 있다.





아이는 절대 책장에 쫙 꽂혀있는 책을

제 손으로 빼서 읽지 않았습니다.



후니만 그럴까요?




아이들은 엄마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걸 좋아합니다.

아니 누구의 목소리로 읽어 주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창의력 있게 이야기를 꾸며서 해주는 엄청나신 분들이 부러웠어요.



부러워만 하지 않고

전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무식하게 읽어만 주었습니다.




덤으로 저 또한 아이 덕분에 평생 읽어 볼 수 없는 많은 종류의 그림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읽어준 책을 몇 번이고 다시 빼 보았으니

제가 읽어준 권수에 몇 배는 읽게 되었죠.








그럼

이렇게 엄마가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주며 키운

10살의 후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책이 공기가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는 아이로 컸습니다.



친구들과 동생과 엄마 아빠와 재밌게 놀다가도

툭툭 앉아 책을 보는 아이로


밥을 먹으면서도

무언가 끄적이다가도

숙제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책을 보고 있는 아이로 커주었습니다.









☆ 6살 3살 책을 보는 아이들 ☆











책이 배고픔을 잊게 할 정도로 너무 재밌고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너무 재밌다고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책을 읽지 못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울고 웃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제 10살인 아이


앞으로의 20년이 더 기대되는 아이입니다.





10년

무식하게 읽어만 주길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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