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다 2

채워지기 시작하는 책들

by 랄라이






둘이었다가 셋이 되니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방 2칸 아담한 거실이 있는 집에 작은방은 남편의 서재였고 큰방은 방안 가득 침대가 차지하고 있었어요.


아이가 집에 오니 아이의 옷장, 아이의 기저귀함, 아이의 장난감, 아이의 책장 등 계속 짐이 늘어만 갔습니다.


결혼할 때 마련한 가구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고

예쁜 화장대는 서재로 갔습니다.


서재는 큰 책상 2개에 책장에 화장대에 옷걸이까지 꽉 찼지요.









고급진 침대는 아이가 떨어질까 봐 가드를 설치했는데도 불안하기에

침대 위치를 바꿔 아이와 바닥에서 함께 자기 편하게 바꾸었습니다.

(바꾸었어도 아이와 둘이 자기엔 비좁아 내 발은 항상 침대 밑에 두고 자야 했습니다.)


거실에는 매트가 깔렸고 열리는 서랍에는 안전 열쇠가 채워졌고

소파는 아이 옷장이 가능한 서랍 겸용으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엉금엉금 기기 시작할 때 책을 사기 시작해 책들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고 책장 놓을 자리가 필요했어요.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고 줄자로 재고 책장 자리가 마련되면 책장을 주문했는데

책장이 도착하면 신랑이 보기 전에 치우고 옮기고 정리를 싹 다 해놓았습니다.


전 이때 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책 육아를 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구구절절 설명할 자신이 없었어요.

전 이때 아이를 낳고 집구석에 있는 자존감이 낮은 주부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두 돌이 안된 아이에게 책을 꾸준히 사주니

시어머니께서 " 책 좀 그만 사 너무 많이 샀어..."라고 얘기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글을 읽지도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책을 사주는 게 눈에 거슬리셨을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가는 말이셨을 수도 있는데

아직도 전 그 말투와 집안 공기의 느낌까지 기억이 생생합니다.


전 그때 "아이가 책을 좋아해서요..."라고 말끝을 흐렸어요.

(아이가 책을 좋아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게 만드는 중이었는데 말입니다.)


막 엄마가 된 저

아이가 클수록 엄마의 연차는 늘어갔지만

아이가 1살이면 1살 엄마가 처음이고 2살이면 2살 엄마가 처음이었어요.


전 확실하다 말할 용기도 없었고 쌓인 내공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길 말고 아이를 잘 키워낼 다른 길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나에겐)




다시 돌아간다 해도 전 그때의 저 일 것입니다.



책 육아가 맞아요.라는 확신이 서기까지는 장작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으니 말입니다.

(20년이 지난 후에 저는 책 육아 만만세를 외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직 말을 아낍니다.^^)







책 육아가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다기에 시작했지만

저는 아이의 옷과 장난감을 사는 것보다 책을 사는 일이 기뻤고 재밌었습니다.


매일 같은 것을 읽어주기가 아이보다 제가 지겨워했고

아이가 책을 읽어주면 얌전히 있어주었고

책을 읽어주는 데로 반응을 해주었는데 그것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책은 남편 혼자 벌었기에 돈 쓰는 게 미안했기에

사고 싶은 명품 전집들을 차마 살 수가 없어

인터넷 중고서점을 이용했습니다.


전집 50권짜리가 30~50만 원 정도 했고 중고로 나오면 A급은 10~20만 원, B급은 5~10만 원선이었는데

저는 A급에서 몇 권 빠진 45권에 B급 가격으로 사길 좋아했습니다.


몇 권 빠지면 어떤가. 50권 살 돈으로 90권을 살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았어요.


싼 가격에 많이 읽어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사서 꽂아 놓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이와 책을 쫙 펴놓고 계속 읽어 주었습니다.


책은 계속 늘어났고 책장 하나를 거실에 놓으니 더 이상 책장을 놓을 수가 없어서

회전 책장을 사서 꾸역꾸역 안방에 넣었죠.


그리고 작은 스탠드를 샀습니다.


신랑은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이었고 집에서는 잠만 잘만큼 바빴습니다.

작은 서재에서는 잘 곳이 마땅치 않았고

안방에서 같이 자기엔 아이가 밤에 자주 깼기에 같이 자지 못했습니다.


결국 신랑이 거실. 아이와 제가 둘이 안방에서 자야 했는데.

저와 아이는 안방에서 새벽이 되도록 책을 보았습니다.

이때가 두 돌이 되기 전이였어요.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책에 눈을 반짝이며 보았고

하염없이 계속 계속 책을 꺼내 또또또를 외쳤습니다.



아이가 나비 책을 빼오며 좋아하게 되자

나비가 그려져 있는 책들을 쫙~~~ 펼쳐서 실컷 보게 해 주었습니다.


자연 백과도 보여주고 동화책에 있는 예쁜 나비들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기저귀찬 아이를 책상에 올려놓고 컴퓨터로 다양한 나비 모양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나비에 빠져 지내니

저는 후니가 나중에 곤충박사가 되려나 보다라며 설레발을 떨었었죠.




나비가 좋아요 시절 ♡






그때 아이는 책상에 전 책상 의자에 앉아 나란히 나비를 보고 책도 읽던 그 장면이 사진처럼 생각납니다.

그립고 그리운 시절.










두 돌이 되지 않은 아이의 나비를 보던 책을 보던 뒷모습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엉덩이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매일 같이 궁둥이 팡팡! 해줬었는데.


상상하면 닿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아쉽기만 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대체 왜 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