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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Oct 13. 2022

몸으로 배우는 가을의 열매들.

서울에서 파주로 가는 길은 2시간 정도.


지하철을 2번 갈아타야 합니다.



파주에는 아이들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고

그곳엔 흙이 가득합니다.


흙이 있으니 채소들도 가득하겠지요.

수확의 계절이 돌아왔기에 출발합니다.








시작부터 왁자지껄합니다^^

뛰고 웃고 장난치며 무사히 지하철 탑승!

커다란 엄마 가장을 들어 보겠다는 여니^^ (제 몸보다도 큽니다ㅎㅎ)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로 들어서면 지하철은 밖으로만 달립니다.

밖의 풍경이 딱히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

아이들은 언제나 뒤돌아 앉아 창밖을 내다봅니다.



도착하자마자

일복(막 입는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농사일할 준비를 하는데 한참 동안이나 아이들이 조~~~ 용하여 찾으러 가니

주워온 돌멩이로 둘이 앉아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돌멩이도 재미난 놀거리가 됩니다.

주변의 어떤 것으로도 놀이를 만들어내는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진심으로 순수하고 예뻐 보이는 아이들.

간절히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 손 씻고 와!! 달고나 만들자!!^^"


아이들이 신나게 왔습니다.

첫 번째 달고나는 실패!ㅠ

두 번째부터는 성공입니다.



설탕 덩어리의 달고나가 제 입에도 달달하니 맛있습니다.








자 이제 달달한 것도 먹었으니

일을 해야지요!!

가을 모기들이 많아 모기퇴치기를 덕지덕지 붙이고

출발!


우와! 고구마가 아이들 머리보다도 큽니다!!

커다란 고구마가 나오자 신이 난 아이들은 열심히 고구마를 캐봅니다.






후니는 어설프게 뽑아대서 뚝뚝 끊기기도 했지만

여니는 어찌나 섬세 한지 호미로 쓱쓱 판 다음 고구마들이 상처 나지 않게 조심조심 흔들어 쏙 뺍니다^^


어찌나 예쁘던지요.



다음은 땅콩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밭에 땅콩을 심으셨습니다.

아이들은 땅콩이 주렁주렁 달린 것을 보고



땅콩이 이렇게 나은 거였어?!!!!!! 라며 신기해합니다.


저도 신기하더라고요


주렁주렁 포도송이처럼 달린 흙이 달린 땅콩이라니..!








수확의 기쁨에는 언제나 힘든 노동이 따르지요.

아이들은 기쁨을 누리고는 노동의 현장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ㅎㅎㅎㅎㅎㅎ;;;






흙이 있습니다.

물이 있습니다.

물을 흙에 붓습니다.


그리고 진흙을 만들고 철벅 철벅.....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흙이 묻습니다....


으.. 제발 그만해!!!!!! 제발.........!


그러면서도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생각 안 하고 행동할 수 있는 너희들이 부럽다^^


" 엄마도 만져봐!! 슬라임 같아~~~~~"라는 아이들.

흙이 주는 기쁨 마음껏 누리렴!



고구마도 캐고 땅콩도 캐고 어느 정도 어른들이 일을 마무리하고

이제 밤을 주으러 갑니다.!!


집 뒷마당에는 제가 아주 어릴 적부터 그 자리 그곳을 지켜온 밤나무가 있습니다.

밤나무의 주변 환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수십 년 전 저에게도 오늘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밤은 열려 밤송이 입을 쩍 벌려주네요.


30년 전 저도 요 꼬맹이들처럼 바구니에 밤을 잔뜩 주어다 엄마를 드리곤 했습니다.







밤까지 다 주었으니!

오늘 할 일은 끝!



책이나 영상에서도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직접 체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수확을 하기 위한 노동의 기쁨, 힘듦

열매를 품고 있던 흙의 감촉, 냄새

흙속의 지렁이, 나뭇잎 속 애벌레

밤송이의 따가움, 딱딱함, 고구마, 땅콩의 촉감 등



아이들은 오늘 말로 하지 않아도 몸으로 눈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감사입니다.





모든 순간이  감사로 넘치는 하루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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