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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Oct 27. 2022

10/26(수) 시간이 멈추었으면.


오늘은 여니의 졸업사진을 찍는 날입니다.


날씨가 좋은 가을이면

가을 단풍잎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졸업사진을 찍습니다.


설레는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공존하는 졸업.

아직 너무 아기 같은데 곧 여니도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가겠네요.


사진을 찍기 위해 머리를 묶지 말고 오라고 하셔서 

아침부터 머리에 힘을 주었습니다. 

어제 머리도 감아 놓았고 고데기로 밑부분을 말아 놓았기에

아침에 그냥 가도 되었지만 


오늘 하루의 시작을  여니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굳이 안 해도 되는 머리를 손봐주었습니다.


' 여니야 여니가 봐도 여니가 너무 예쁘지? 머리를 만져주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니?'


말을 하지 않아도 제 손길로 여니가 따스함을 느낀 아침이었으면 했습니다.






일찍 데리러 오라는 여니의 말을 매일 기억해 두었다가

약속을 꼭 지킵니다.


버스를 타고 오면 제가 너무 편하겠지만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시간이 싫은지 자주 데리러 오라고 합니다.


띵동

 "코끼리반 여니 데리러 왔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기 복도 끝 여니가 선생님 손을 잡고 옵니다.

발걸음이 신이 나보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우리는 만납니다. 


여니의 작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니의 작은 입에서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흘러나옵니다.

조잘조잘~ 그 목소리가 예쁩니다.







간식으로 냉동실 옥수수 4개를 쪄주었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두 아이가 게눈 감추듯 먹어 버리네요^^


많이 먹고 쑥쑥 크렴 내 아가들!


7살 형님반 여니는 밖에서는 큰 아이처럼 행동합니다.

손을 흔들어서도 안되고 안아주어서도 안되고 책가방을 들어주어서도 안됩니다.


집에서는 엄마 품 안에 파고드는 것이 제일 좋고

애교쟁이에 생떼쟁이가 되는 아기가 되지요.


아직의 볼에는 보드라운 아가 냄새가 납니다.

보드라운 볼에 이마에 여드름이 나고 가까이 가지 못할 날이 

오지 말라 붙잡고 싶어도 오겠지요.


그래서 오늘이 더 소중하고 아쉽습니다. 






아직 어린 여니의 삶이 사진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오늘 두 남매는 후니가 학교에서 빌려온 책에 빠졌습니다.

풍선을 든 아이가 여행을 하며 숨은 그림도 찾고 문제를 풀어보는 책인데





둘이 딱 붙어 오후 내내 책과 함께 합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 엄마~~ 이거 문제가 너무 웃겨!! 깔깔깔"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달려오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책 한 페이지에도 이렇게 행복하게 웃어주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엄마!" "엄마~" "엄~~ 마~~" 하고 불러주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집 곳곳을 따스한 숨결로 채워주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 순간으로 돌아오고 싶을 것 같습니다. 





후니의 가방부터 학교의 알림장까지 챙겨주었습니다.

3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후니 스스로 하게 두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신경을 못써주는 날이 많았습니다.


수저통도 물통도 안 챙겨서 보낼 때가 있었고

숙제가 뭐가 있는지 묻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불편해진 후니가 직접 합니다 ㅎㅎㅎㅎㅎ






"엄마 물통 안 챙겨 줬더라. 선생님이 이제 물통 안 가져오면 물 못 먹는데~"

"엄마 숙제를 모르고 안 해갔어. 해가야 돼~~ 엉엉"

"내일까지 숙제 해가야 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시간이 있을까? 엉엉~"

"안 해가면 학교 쉬는 시간에 해야 된단 말이야... 엉엉~"



신경 쓰지 말아야지 애쓰지 않았는데

마음을 놓으니 아이가 스스로 합니다.


다행입니다. 아주 안 해가는 아이가 아닌 것 같아서요^^;;





후니의 5년 전 모습입니다.

5살 후니는 자기 몸집보다 큰 책을 다리에 척 올리고 

책을 보고 있습니다.


5년 전부터.

아니죠 태어나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단 하루도 책을 보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그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10살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지금도

책을 하루도 읽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라

책이 당연한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모든 순간이 감사입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오늘도. 책 육아. 배려 육아. 그리고 나와 아이가 세상 제일 행복한 육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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