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힘겨운 몸을 일으킨 아이들이 엄마에게 짜증을 냅니다.
엄마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란 것을 알지만
기운이 쭉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ㅠㅠ
아침으로 사과를 먹는 후니가
포크채로 사과를 세워놓은 것을 보고
아아의 짜증으로 언짢았던 기분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며 쓱 풀어집니다.
여니는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습니다
"왜 안 가고 싶냐" "12월은 등록을 하지 말까?" 말이 길어지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아이의 떼가 더 강해집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가야 해~"라고만 말하고 저도 입을 닫았습니다.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저희 둘.
저기압이네요 ㅎㅎㅎㅎ
내일은 조금 더 현명한 엄마가 돼보려 합니다.
여니와 후니가 같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오빠와 동생과 만난 아이들, 아침의 짜증은 어디 가고 발걸음에 신남이 묻어나네요.
화요일은 후니가 축구에 가는 날입니다.
후니가 축구에 가있는 시간은 1시간 40분 정도.
여니와 저 단 둘 만의 시간이 주어지지요.
부엌 서랍에 있는 방망이를 발견하고는 비타민을 부셔 먹겠다고 합니다.
응...그..그래..해봐..
저는 청소기를 옆에 대기시키고 여니의 천진한 얼굴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오늘은 아기 인형에게 양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기가 추울 것 같아서 만들어야 한답니다.
작아진 여니의 양말을 꺼냈습니다.
어제 바느질도 해봤겠다 자신감이 붙은 여니와 함께 아기에게 앙증맞은 양말을 만들어 줍니다.
인형 발에 끼워진 양말이 너무 귀여운데
그 아기 인형을 가지고 노는 여니가 더 귀엽습니다.
비타민을 부셔먹는 순간, 아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순간,
이 순간, 순간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아깝습니다.
아이의 이 시간은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되었습니다.
TV를 방에 넣어 놓고 신랑만이 TV를 켭니다.
저와 아이들은 TV를 켜는 일이 없지요.
단,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올림픽, 월드컵)가 있을 때는 생방송으로 TV가 켜집니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인 데다가
최고의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최고의 이유는... 재밌잖아요. (엄마인 제가 이럴 때 애국심이 솟아나는 편입니다 ㅎㅎ)
모든 경기를 다 챙겨볼 순 없지만
오늘은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선수 메시의 경기를 볼 수 있어 TV를 켰습니다.
와우! 4년 만에(ㅋ) 축구경기를 보았는데 너무 재미있네요. 후니도 마냥 신이나 집중을 합니다.
사우디의 승리로 이날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
누가 이기든 지든 재밌게 보았으면 됐습니다^^
저희 둘이 TV에 집중한 시간 같은 방에서는
스포츠 경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여니가 있습니다.ㅋㅋㅋ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결승 경기가 열리는 날
가족 모두가 응원하고 손뼉 칠 때 혼자 등 돌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바로 우리 여니였습니다.ㅎㅎㅎㅎㅎ
그때를 생각하면 가족들이 여니 때문이라도 빵 터집니다.
"나는 올림픽도 월드컵도 다 싫어!! 엄마가 내 말을 들어주질 않잖아!
내가 이래서 이런 경기를 싫어한다고...."
땀 삐질.... 깨갱ㅠ
경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여니가 계속 말을 걸어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ㅠㅠ
그나마도 오늘은 양말을 신은 아기 인형이 여니와 놀아줍니다.
다.. 다행입니다^^
후니는 경기가 시작하기 전, 경기의 쉬는 시간, 경기가 끝난 후
그 틈새 틈새 책을 봅니다.
언제나 밥을 먹듯, 공기가 언제나 존재하듯
후니의 곁에 책이 함께하는 것이 기특하면서도 신기합니다.
책의 재미를 아는 아이는 그 어떤 다른 재미가 와도 책을 놓지 않습니다.
10살이 된 후니처럼요.
후니가 7살 지인분께서 학습만화를 물려주셨는데 아이가 읽기 독립이 안돼 읽어 주었습니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학습만화의 내용에 후니는 재밌다고 깔깔 웃었습니다.
계속 "읽어 줘", "읽어 줘" 책을 들이밀었지요.
읽어주었습니다. 만화책도 읽어줍니다.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아이가 책을 재밌어하니까.
여니가 7살 오빠가 읽던 책이 그대로 집에 있습니다.
"읽어줘~", "과학상식 읽어줘~" 책을 들이 미네요.
만화책도 읽어줍니다.
여니에게도 책이 공기가 되고 밥이 되길 바라니까요.
코를 파는 천진한 7살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재밌게 읽어 주었습니다.
만화책을 보는 아이들은 글밥 책을 잘 보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근데요, 컴퓨터 유튜브 영상만 돌려보고 스마트폰 게임만 하는 아이들보다 낫잖아요?
후니가 말합니다.
"엄마 나는 만화책 중독 같아 봐도 봐도 또 보고 싶고 봐도 봐도 재밌어 "
만화책 중독 나쁘다고 생각하시나요?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짧은 경험의 결론은 "만화책에 중독된 아이가 글밥 책도 잘 봐줍니다." 입니다
자, 10살 후니의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되었습니다.
4년에 한 번 온 세계인이 즐기는 축구 축제.
저도 아이들과 재밌게 즐겨보겠습니다.
아이들이 현명하게 이 세상의 것들을 누리며 살기를 바라봅니다.
아이들의 모든 순간이 감사입니다.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특별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습니다. 오늘도. 책 육아. 배려 육아.
그리고 나와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육아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