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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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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Jun 22. 2022

전업주부 그 지루함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은 나는

전업주부 10년 차이다.



회사생활의 지루함

회사생활의 대인관계

회사생활의 성과.



이런 것들에 대해 난 잘 모른다.




만약 내가 그 속에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답답했을까.



아마도 그랬겠지.




난 지금의 모든 상황에 감사한다.


매일이 특별하고 매일이 감사고

매일이 소중하다.



아주 평범하지만



그러다 문득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매일의 인내를 쌓아야 했다.





화내고 윽박 지리고 때리고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건 쉽다.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매일 부딪히는

육체적

심리적

지침을 묵묵히 삼켜내야 한다.





요즘 둘째는 화가 많다


으악 소리 지르고

엄마를 때리고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도 화를 내고 소리 지르고 울어버린다.



그리고 이내 금방 풀리기를 반복




들어주고 들어주다 지쳐

이를 악물어 본다.


나도 힘들다


반복되는 짜증 섞인 울음

괴로워하는 울림





" 여니야 엄마도 지쳐"라고 말해버렸다.







후니는 요즘 말투가 딱딱하다.



애기 말투 귀여운 아가는 이제 볼 수 없는 건지.




엄마는 꼭 그러더라?

엄마는 신경 쓰지 마



라며



훅 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화살이 꽂히듯 박힌다.




이제 10살인데

아직 아기 같은데




아이들은 크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를 둔 엄마라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설거지를 한다.



후니는 무언가 없어졌다며 해야 한다고 나를 쿡쿡 찌르고

여니는 물을 안 갖다 줬다고 식탁을 탕탕 치며 운다.





설거지

지겹다.




매일 닦아 내는 똑같은 그릇들도 지겹고

곰팡이 맺힐라 매일 닦아야 하는 물때들도 지겹고




뒤돌아 서면

치워도 치워도 끝도 없이 어질러진 집안 꼴이 지겹다.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머리가 글적 글적 안 감은 머리도 지겹다.




아이들은 여전히

10년을 키워도 7년을 키워도

엄마와 함께하는 놀이를 좋아한다.





기다려줘 시간 없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






좀 더 자유로울 순 없을까

조금은 안 지겨울 수 없을까.






꾹 인내해야 하는 무게는

쉽지 않다.









아이를 낳고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아이들의 존재 자체로 감사하니까.

너무 소중하니까.




그렇지만



판타지와 드라마 같은 일상은 없듯이.




쉼 없이 계속되는 아이들과의 같은 일상은

가끔은 나를 지치게 한다.




우리네 일상이 다 그렇지 않은가.



힘들면 힘들어서 징징

지켜 우면 지겨워서 징징

짜증 나면 짜증 나서 징징




전업주부의 삶은

지루하고 인내의 연속이다.




화려하게 티도 나지 않고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이도 없다.




이렇게



난 오늘도 나의 지겨움을 풀어낸다.






아이들에게 오늘 좀 더 다정한 엄마가 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내일 다시 맞이할 아침을

감사하게 맞이할 충전을 한다.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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