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엄마라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랄라이 Jun 29. 2022

하루 종일 책을 읽는 아이






지난 주말부터 감기에 걸린 후니는

학교도 가지 못했다.


열이 나고 기침에 가래에 콧물까지



말하기가 어려워  말 한마디 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난 밥때가 되면 밥을 챙겨주고 약을 건네주는 일뿐



아이는 하루 종일 말없이




책 만 봤 다.






중간중간 노트북 앞에 앉아 다람 양을 찾아본다


이내 힘없이 눕는다.


그러다 옆에 책을 잡고 본다.




여니가 유치원에 간 낮시간이면


후니가 없는 것 마냥 조용하다.




설거지하고 뒤돌아 보면






이렇게




밥 차려주고 뒤돌아 보면








또 이렇게


청소기 한번 돌리고  곁을 보면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 와도









이렇게



여니 등하교에 씻기고 놀아주고 돌볼 때도







이렇게



책을 보고 읽는 아이로.


10살 후니는 이렇게 책과 함께했다.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주야장천 만화책만 보던 후니




초등학생이 읽을만한 학습만화로

대략 1500~1700권 정도



거실벽 한쪽이 만화책으로 가득 차고도 넘치게  더 빠져서 더 재밌게 보라고




계속 사주었다.




정말 실컷 봤다


1권에 20분이면 족했다


그렇게 하루에 10권씩도 보고


한번 본거 또 보고 또 보고 그렇게 10번씩도 봤다.


책들이 너덜너덜 페이지들이 나가떨어져 찢어질 때까지 봤다.





그렇게 만화책에 집착해서 푹 빠져 지낼때






이제.


슬슬 글자책에 빠지게 하고 싶어


재밌는 이야기의 책들을 사다 제일 잘 보이는 책장에 꽂아 놨고


아이는 정말 정말 정말 꺼내보지 않았다.






식탁 위에 펼쳐 놓기도 하고

학교 책가방에 몰래 넣어도 보고

기다리다 지친 내가 읽어도 줬고

읽다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딱 끊어 버리기 작전도 펼치며






그렇게 글자책이 눈에 들어오게


제발 1 챕터만 읽어라.



그럼 궁금해서라도 다 읽게 될 테니!!!




라며





글자책이 후니 곁에

머물도록

맴돌도록

이래도 날 안 볼 테냐! 하도록






그렇게 한 권, 한 권 또 한 권


정말 읽지 않을 것 같은


정말 꺼내서 읽을 날이 올까 몇 년을 기다리던


책들도


어느새 후니의 손에 들려있다.






학교에 가지 않고 내리 집에서 4-5일을 있으니


더 빛을 내는 책 육아 환경 갖춰진 책들.




글밥 책을 척척 읽어 내려가는 후니의 뒷모습은


빛나고 멋지고 감동이다.








10년을 매일 해온 일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목이 쉬도록 읽어준 일


글밥 책을 훅훅 나보다 더 빨리 읽어 내려가도 그 글밥 책을 아직도 읽어 주는 일







그 매일의 힘이


이렇게 내 눈앞에 보이고 있다.




책 속에 지혜가 있고

책 속에 어떤 길이든 있다고 믿는 나는




정작 책을 후니처럼 이렇게까지 읽어본 적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기에

손흥민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그렇게 처절하게는 아니어도



뭐 하나는 제대로 해줘 봐야 되지 않나.





그래서 택한 책





책을 사주고, 책을 들고, 한글만 읽을 줄 알면 되는 일





모두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있는 일




육아로 후니는 커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업주부 그 지루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