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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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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이 Jul 01. 2022

그림 속 아이처럼 매일 웃어 아가야.








오늘은 7살 여니의 이야기입니다.





6살까지 집에서 뒹굴거리며 옆에 끼고 안아주고 책 읽어주며

함께 했습니다.



오빠가 학교에 가다 보니 심심해지면

" 나도 유치원 보내줘~"하고 노래를 불렀지요




7살이 되면 유치원에 꼭 보내주겠노라

약속을 했습니다.




6살 11월

유치원 투어를 하며

빨리 가고 싶다고 3월은 언제 되냐고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3월



여니의 설레는 유치원 등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1주 2주는 설레는 마음으로 갔던 것 같고



그 뒤로는

매일 아침 안 가겠다고 울었습니다.



" 엄마 유치원에 안 가고 싶어~"




힘들었습니다.




곁에 끼고 있었던 이유는 절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행복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기 위해서였는데




책 육아하고 사랑 많이 받은 아이는 사회성도 좋다고 했는데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은

후니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힘든 일이 었나 봅니다.





어떤 날은 쉽게 가주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바락바락 울며 온 집안의 물건을 던지고

엄마를 때리며 끔찍하다는 말과 함께

절대 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러곤

어떤 날은 울며 유치원에 가는 길



" 난 죽어버릴 거야 엄마도 죽을 거야! "



라는 섬뜩한 말도 서슴없이 내뱉었습니다.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아이와 함께했던 지난 6년의 시간은

아이에게 득이 된 것일까 실이 된 것일까




오빠와 함께 많이 안아주고 많이 표현하며

함께하며 뒹굴고 웃고

책 읽으며 키워온 아이



사탕같이 달콤한 아이



이 사랑스러운 아이는 뭐가 힘들고 불안하고 괴롭기에

이렇게 악을 쓰며 스스로를 엄마를 힘들게 할까.





그렇게 아이를 유치원으로 들여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물이 뚝뚝 흘렀습니다.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일까?








 


기분도 울적하고 비도 내리는 날





여니가 유치원에서, 집에서 끄적끄적

열심히 쓰고 그린 것들을 책장 한쪽에 모아 두었는데




그곳에 눈길이 갔습니다.




여니는 오빠와 다르게 유치원에서


"엄마 선물이야"

"엄마 주려고 만들어 왔어~"


라며 무언가를 들고 왔지요.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것들은 대부분 엄마에게는 쓰레기인데요. ㅎㅎ






엄마 생각하며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했을 여니를 생각하며

차마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펴놓고 보니

하나하나 어쩜 이렇게 예쁘고 소중한지요.





울고 불고 악쓰던 날이 많던 아이,

오늘도 눈물을 흘리며 유치원에 들어갔던 아이의 그림 속

여자아이들은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사탕 같은 내 딸 여니의 모습과

똑같은 모습으로요.









여니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싶어


종이에 종종 이렇게 써서 건네주고는 했습니다.





여니야 사랑해♡

엄마가




그럼 이 글자 정도는 읽어 주었지요



한글을 이제 막 읽고 쓰기 시작하는 여니가

유치원에서 만들어 건네준 쪽지에는



" 엄마 사랑해요"


라는 말이 자주 적혀있었습니다.




자신이 많이 봤던

자신이 유일하게 쓸 수 있는 글자





엄마 사랑해요♡












이렇게나 매일

엄마를 위해

표현해주는 아이였습니다.





매일 짜증만 내고 화만 내고 악지르고 했던 여니는


엄마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지요.







그런 여니를 좀 더 이해하지 못한 건 접니다.





그렇게까지 함께하며 사랑을 주며 키웠는데

넌 나한테 주는 게 이거니?




아이가 바락 바락 울며 소리를 질러 댈 때



" 엄마도 힘들어 엄마도 지쳐"


라는 말을 아이에게 했던 제 자신에게 부끄럽습니다.






왜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제 탓을 아이에게 돌렸을 까요.






사랑스러운 여니는 여전히 사탕 같은 사랑스러운 여니인데 말이죠.






이렇게 저는 성장합니다.

아이가 있어 인내라는 것을 배웁니다.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받아 들며 울며 불며

물건을 집어던지고 나쁜 말들을 뱉어내는 매일이 반복되던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아이가


내 아이 라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요즘





처음 책 육아를 하며

무한한 사랑을 주기로 했던 그 마음을 다시 꺼내봅니다.




아이는 언제나 잘못이 없습니다



행동과 마음이 갈대 같은 엄마 탓이지요.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 엄마도 그랬을 거야 처음은 누구에게나 힘이 들거든 "

하고 말했습니다.



아침에 더 자고 싶다고 말하면

" 엄마도 오늘 일어나기 싫어서 울면서 일어났는걸

아침에 일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야

누구에게나 그렇단다 "

 하고 말했지요



바락바락 울면서 물건을 던지거나 엄마를 때리면

" 물건을 던지는 건 위험한 거야 절대 안 돼. 엄마를 때려서도 절대 안 돼"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바락 바락 자신의 몸을 때리고 손톱으로 긁어내기 시작하면

" 엄마가 소중하게 키워낸 소중한 몸이야

소중한 것에 이런 식의 행동은 안돼 거야"


라며 손을 꼭 붙잡아 주었지요.




나쁜 말을 내뱉으면

"그런 말은 엄마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는 말이야

여니도 듣고 싶지 않은 말이지?"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며 주위 물건을 발로 차거나 손으로 때리며 격해지면

곁에 가서 꼭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발버둥을 쳐도 더 꽉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여니야 이렇게 하지 않아도 엄마는 여니 마음을 알아 엄마는 여전히 여니를 사랑해"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말로 해도 충분히 알고

화가 나면 얼마든지 표현해도 되지만

위험하거나 자신을 해치는 건 안된다고


그러면서 이불과 베개는 화가 풀릴 때까지 마음껏 때려보라고 했지요.




오빠와의 마찰로 화가 날 때도

오빠를 직접 때릴 순 없으니 쿠션을 때리라고 했습니다.




화가 나는 감정

숨길 필요는 없지만

화를 내는 방법은 다스리는 방법은 조금씩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른인 저도 욱하고 소리 지르고 화가 날 때 조절이 안되는데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도

웃긴 일입니다.









이렇게 저와 아이는 또 한 번의 성장통을 겪으며 커갑니다.



저도 아이도 우리가 처음 만난 7년 차 인걸요.








오늘 아침도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울고 떼쓰진 않았습니다.


예쁜 드레스를 골라 입고

장화를 신고  비를 맞으며 물웅덩이를 첨벙이며

등원했습니다.



하원 버스에서 내리기 전  절 보고 씩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줄 것입니다.



돌아오면 유치원에서 있었던 즐거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겁니다.




그리고  "엄마 거야"라며 만들어온 쓰레기(?)를 건네겠지요.




전 그 소중한 것을


사진도 찍어두고 파일에도 고이 모셔둘 겁니다.



작고 보드라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눌하지만 완벽하게 마음을 써 만들어온 것들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금보다 귀한 보물이니까요.














여니의 매일매일이

이 그림 속 밝게 웃는 아이처럼 반복되길 노력하는









저는



엄마 사랑해요 라는 말을 수천번 들어도 감동받는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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