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남부 첫째 날
터키 남부, 안탈리아 국제공항(Antalya International Airport)에 이른 아침 도착해, 포르토 벨로(Porto Bello Hotel & Resort)라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두바이에서 안탈리아로 가는 항공편은 썬익스프레스(Sun Express)라는 저가 항공사의 새벽 시간대 단 한 편 뿐인 데다, 비행기마저 꽉 찬 만석이라 비행이 다소 피곤했지만 - 안탈리아의 환상적인 햇빛과 산뜻하고 바삭한 공기에 피로가 금세 녹아내렸다. 10월의 안탈리아였다.
사실 터키 남부에 대한 사전 지식은 거의 없었다. 두 달 전 두바이로 이사한 뒤 처음 맞이한 휴가였기에, 비행시간이 4시간 이내이면서도 이국적인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이스탄불을 떠올렸지만, 항공권이 유난히 저렴해 이상하다고 확인해 보니 마침 시위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터키 남부가 지중해와 맞닿아 있고 10월 중순까지는 바다 수영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중해라니!
4시간 만에 지중해에 도착할 수 있다니,
그건 너무도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내리쬐는 밝고 건조한 햇빛, 그리고 바삭하게 느껴질 만큼 상쾌한 공기가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단숨에 깨웠다. 렌터카를 빌려 안탈리아 시내로 향하던 중, 멀리 엄청난 산이 눈에 들어왔다. 우람한 돌산이었다. 산맥을 이룰 만큼 웅장하고, 흰빛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었다.
“터키는 정말 엄청난 곳이네!”
남편과 나는 동시에 감탄을 터뜨렸다.
“저 산에 가보고 싶다.”
“응, 그러자. 우선 지중해를 보고, 그다음엔 저 산으로.”
햇빛은 여전히 바삭했고, 도시의 빨강, 주황, 노랑, 초록의 색들은 파란 하늘 아래 유난히 맑고 선명했다. 모든 색이 완벽한 조화, 혹은 대조를 이뤄 얼핏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안탈리아의 파란 하늘과 흰빛의 우람한 돌산, 그리고 도시 전경을 감상하며 포르토 벨로 리조트까지 약 30분가량 드라이브했다.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또 한 번 탄성이 터져 나왔다. 주차장까지만 해도 평범한 도심 속 리조트인 줄 알았는데, 리조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이국적인 풍경, 오랜만에 느껴보는 유럽식 휴양지의 분위기. 기분이 단숨에 밝아졌다. 호텔 로비의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직원 분이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셨다. 올인클루시브 호텔이라 이 팔찌만 있으면 리조트에선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모두 자유롭다. 이틀만 머물 예정이지만, 그동안 만이라도 진짜 휴가다운 휴가를 즐겨보자.
남편이 체크인을 하는 동안, 나는 로비의 바에서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첫 모금을 마시는 순간, ‘이게 무슨 맥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이름을 확인해야 했다.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컵에는 Tuborg라고 적혀 있었다. 이후 여행 내내 거의 모든 식당과 호텔에서 이 맥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분위기에 취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전문가는 분위기에 취해 맛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참고로 나는 와인 전문가이지만, 요즘은 왜인지 와인보다 맥주를 더 즐기고 있다. 그러니 내 입맛은 꽤 믿을 만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지금까지 마신 라거(Lager) 중 손꼽히게 맛있었다. 실은 이 Tuborg 맥주 덕분에 터키 여행이 더 즐거웠다. (이후 투보그의 캔 맥주도 마셔봤지만, 생맥주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캔 맥주는 탄산이 너무 강하고, 생맥주에서 느꼈던 부드럽고 씁쓸하면서도 풍부한 질감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의 첫 터키 여행이 시작되었다.
지중해 빛 아래, 이 기가 막히게 맛있고 시원한 첫 맥주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