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해변, 우리의 아름다운 로드 트립

터키 남부 여행 셋째 날

by 모니카

이날은 안탈리아(Antalya)에서 카쉬(Kaş) 마을로, 남부 해안도로를 따라 약 세 시간 정도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남편이 운전하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지중해와 터키의 산들 — 그 모든 자연이 너무도 아름다워 그 길이 그리 힘겹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제 아이와 함께 이 정도의 여행은 가능하겠구나 싶어 뿌듯하면서도,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문득 옛날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나도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한국 곳곳을 여행하곤 했는데. 차 안의 공기, 가족끼리의 분위기, 함께 흘러나오던 음악과 따라 부르던 노래, 중간중간 들렀던 휴게소의 간식, 잠시 잠이 들었다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던 순간들. 가족이 함께 떠났던 자동차 여행은 그 어떤 여행의 기억보다도 짙게 남아 있었다. 해외에서 가족과 자동차 여행을 했던 건 캐나다에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터키의 풍경을 보니 그때의 기억도 되살아났다.


의외로 여행의 기억은 참 오래 남는구나.

그땐 그저 엄마와 아빠를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그 시절의 추억이 이렇게 깊고 진할 줄 몰랐다.


언젠가 나의 아이도 운전대를 잡고, 자신의 아이를 태우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겠지? 그리고 그 아이도 언젠가 지금의 내가 그렇듯, 지금의 나와 남편 ㅡ 그러니까 젊은 시절의 엄마와 아빠를 떠올리며, 이 날을 기억하겠지. 우리가 함께 웃고 떠들며, 노래를 크게 틀고 따라 부르고, 멀미도 하고, 잠이 들기도 했던 이 날들을.


결국 인생도, 여행도, 목적지가 있다면 목적지까지 가는 '길'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길 위에서 바라본 터키 남부의 풍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또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담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내가 운전한 건 아니지만, 남편 말처럼 정말 즐길 만한 드라이브 코스였다. 아름다운 풍경이 모든 피로를 잊게 해주었다.



안탈리아에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올림푸스 해변’이었다. 안탈리아와 카쉬의 정확한 중간 지점쯤. 앞에는 지중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뒤로는 ‘올림푸스 산’이 웅장하게 서 있었다.


올림푸스 산의 케이블카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볼까 하다가, 몇 년 전 사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점심을 먹을 시간도 되었고, 무엇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해수욕을 한 번 더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바꾸어 올림푸스 해변으로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셋이서 수영하고, 모래놀이를 하고, 카쉬로 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바로 뒤에 우뚝 솟은 올림푸스 산이 그림처럼 배경을 이루고 있어서, 풍경이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웠다.


앞엔 지중해 해변, 뒤로 보이는 올림푸스 산의 풍경.


전날 관광객이 붐볐던 콘얄티 해변과 비교하면, 이곳은 사람도 거의 없었고 그마저도 모두 터키 현지인들이 여가 시간을 즐기러 조용히 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관광지의 소란스러움 없이, 터키 남부 지중해 해변의 고요함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었다.


다만 워낙 현지인들만 있어서 그런지, 마치 시골 마을에 서양인이 나타난 것처럼 우리 가족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터키인들은 잘 웃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다소 무뚝뚝하고, 어쩐지 화가 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아저씨들은 그래도 보통 눈이 마주치면 눈인사를 하는데, 아주머니들이 더 무뚝뚝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고, 특히 터키 할머니들은 정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뚫어져라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다. 이 해변에서도 유독 한 할머니가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이가 한참 바다에서 놀다 내게 물었다.

“엄마, 왜 사람들이 자꾸 나만 보면 웃어?”

“누가? 널 보고 웃는다고?”

그랬다. 터키 사람들은 내가 보지 않을 때 은밀하게 아이에게 미소를 건네고, 귀여워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터키 사람들은 츤데레였어.



우리는 해변에서 카쉬에 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해수욕을 하고 점심을 먹으며 한참을 놀았다. 그러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다시 카쉬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해수욕을 마친 아이는 금세 곤히 잠들었고, 덕분에 우리는 차 안에서 조용히 풍경을 만끽하며 카쉬까지 이어지는 길을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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