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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강민주 시

윤슬의 강으로 간 작은 쪽배

by 엄마쌤강민주

윤슬의 강으로 간 작은 쪽배


글: 해안 강민주


넓은 바다는

늘 동경이었다


끝없이 출렁이는 물결은

마음 깊은 곳을 휘저어

내 안에

고래를 꿈꾸게 했다


나는

검은 바다 위에

작은 쪽배 하나 띄웠다


사람들은

크고 화려한 어선을 타고

고래를 쫓았다


깃발은 바람을 타고

높이 나부끼고

엔진은 거침없이

바다를 제 집 삼았다


나도 한 번쯤은

닿고 싶었다


작은 노를 쥔 손이

거대한 붉은 노을에 물들 때 까지

생의 모든 힘을

다해보았다


고래의 숨결을

붙잡은 그 순간,

알았다


내 쪽배에는

그 거대한 꿈을

실을 수 없다는 걸


다른 이에게는

순한 얼굴을 보이던 바다가

나에게만

잔인할 만큼 낯설었다


놓을 수도,

싣지도 못한 고래가

하얀 파도에 부서져 내리며

내 마음을 울렸다


그 울림은

눈물이 되어 흘렀고

내 안의 무엇인가가

그 눈물을 따라

새로운 물길을 열었다


나는

비릿한 욕심을

등지고

청량한 새 길을 따랐다


순리가

윤슬로 반짝이는

고향의 푸른 강에

희미하게 스러지는

빈 쪽배를 올렸다


고래는 놓쳤지만

윤슬 위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나를 건진 날


그날,

내 쪽배는

조용히,

비로소

가득 찼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러나

찬란하게 빛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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