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by 해안 강민주

한 여자


강민주


나는

가끔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끝내

말을 접지 못한다


바로

지금 꺼내 드는 시,

〈한 여자〉처럼


공모전의 문턱 앞에서는

머뭇거리게 되고

시집의 한 귀퉁이에서는

조용히 밀려나지만


그럼에도

묻고 싶었다

이 침묵이

정말 옳은 것인지


칠, 팔 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한 여자〉는


세상에 건네는

하나의 질문으로 남아

아직 끝나지 않은

파문처럼

숨 쉬고 있다


한 여자


강민주


남편 몰래

만나는 남자가 있는

한 여자


일주일에 한 번,

어느새

십 년을 넘긴 만남


당신은

이 여자를 만나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지갑 없는 남편 대신

가장의 자리를 견디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십오 년째 돌보는

한 여자


당신은

이 여자를 만나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남편의 무능과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 속에서

숨 쉬는 일마저

무거워지던 날


차라리

이름을 지우고 싶던 순간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아 주던

한 남자를 만난

한 여자


지탄받을 이름의 관계 속에서

다시 하루를 살 힘을 얻어

아이의 입에

젖을 물리는

한 여자


이 글 속 여자는

여럿이 아니다


여러 얼굴을 가진

단 한 여자,

한 사람의 이야기다


여자는

그저 그 자리에서

살아내고 있었을 뿐


하루를 버텨낸 몸으로

말없이 숨을 고르며

오늘까지


그 곁을 스쳐 가는 사람들만

각자의 말을

떨어뜨리고 간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오늘도

꿈을 접어 만든 옷을 입고

밥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