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이라는 선택

by 해안 강민주

게으름이라는 선택


해안 강민주


“언니, 교회에 같이 다니자.”


엄마, 여동생

그리고 조카와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엄마를 따라

가끔은 점집에,

가끔은 나를 따라 절에 와

불경을 들여다보던 여동생은

교회에 열심인 제부를 만나

요즘은 교회에 다닌다.


“똑같아, 똑같아.

언니 말이나, 목사님 말씀이나.”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고

좋은 말씀을 많이 들어서 좋다는

그의 말끝은 가볍고

웃음은 환하다.


“언니가 책 내면

교인들이 다 사줄 거야.”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달콤한 유혹도 함께 건넨다.


엄마는 말한다.

스님인 큰 이모가 돌아가시면

그땐 교회에 가볼까, 하고.


한때 외가는

서로 다른 종교들이

피 튀기게 부딪히던

전장이었다.


권위를 빌려

내 뜻대로 상대를 움직이려 했던

욕심의 충돌이라는 걸

알아보기까지

나는 너무 많은 상흔을 입었다.


“나는 빼줘.”


나는 불판 위 고기 한 점을 쌈에 싸며

고개를 젓는다.


새벽 예불을 올리는 스님을 보며

게으른 나는

그 삶에 끝내 어울리지 않겠다고

조용히 결론 내렸고,


마찬가지로,


일요일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행사로

나를 부르는 곳이라면

끝내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아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사람들은 내게 말하곤 했다.

게으르지만 않으면

뭐가 되어도

크게 될 사람이라고.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 여기며 살았다.


어느 날,

아들 둘을 과학고에 보내

의사를 만들었다는 한 어머니가

나를 보며 말했다.


“민주 씨는

결코 게으른 사람이 아니에요.


게으른 사람이

그렇게 많은 물고기를 키우고,

꽃을 돌보고,

무엇보다

그 많은 글을 쓰지는 못해요.


당신은

남들과 다른 일에

부지런한 사람이에요.”


그 말이

천천히

내 안에 내려앉았다.


오늘도

빗자루는

벽에 기대어 있고

나는

햇빛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에서

한 문장을 고른다.


이제는 안다.

이 게으름이

결핍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세상에서

살아내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라는 걸.


오늘의 나는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부지런하기에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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