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이 된 엄마
해안 강민주
“엄마가
이렇게 한량처럼
싸돌아다닐 줄
몰랐지”
작년 초 나는
에너지가 바닥나
침대와 거의 한 몸으로
살았다.
움직이지 않는 하루들,
숨만 붙어 있던 시간.
고 1 아들은 말했다.
“엄마, 그러다 죽어.
제발 집 밖으로 좀 나가.”
그 말이
잔소리로 들리지 않던 밤,
꿈을 꾸었다.
규장각 밑에 사는 용이
어린아이의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당신의 염불 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그 후
나는 나의 가장 밑바닥,
끝이 없어 보이던 시절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나를 불쌍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가장 낮은 이야기를
밖으로 놓을 수 있다는 건
내가 이 세상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내 이야기를 드러내며
누군가를
낮게 보지 않으려 애써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동안
에너지는
천천히 차올랐다.
나는 다시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침대에서 몸을 떼어
강의를 하고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오늘도
글을 쓰고,
차오른 에너지를 들고
다시 세상으로 나간다.
그리고
한 살 더 자란 아들은
웃으며 말한다.
“엄마,
너무 싸돌아다니는 거 아니야?
한량 같아.”
그 말속에서
나는 안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세상과
계속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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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2018년,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교육과정에서 만났던
나의 천사들을
며칠 전 다시 만났다.
봉사단에서
함께 활동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들은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서구스포츠스태킹 봉사단.
모두 사랑합니다.
*봉사단 소식이 대전뉴스온에 실렸습니다.
http://www.djnewson.co.kr/m/page/view.php?no=2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