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데 우산 없을 수도 있지
해안 강민주
나는
마음을 넓혀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지만,
끝내
선을 넘은 자는
자기 몫의 천둥벼락을
건너가야 한다고
믿는 쪽에 서 있다.
그가
자기가 한 그대로를
되돌려 받을 때,
내 마음은
우산을 두드리는
경쾌한 빗소리를 배경 삼아
치수에 맞는 장화를 신고
빗속을
찰박찰박
건넌다.
연민은
여기까지였다
돌아서고,
안도는
늦게 도착한 사실처럼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오늘,
내 하늘에
먹구름이 걸려 있어도
핑계를 찾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비를 뿌렸던 시간이 있어
오늘의 먹구름과
때로는 폭우까지
모두
내가 만든 날씨임을
받아들일 뿐.
나는
궂은 하늘을
운명이라 부르지 않고
고쳐 쓰려 들지 않는다.
우산마저
비바람에 날아가면
이 또한
그러려니.
그러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뜨면
우산에 묻은
빗방울을 털어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아,
이만하면
꽤
바르게
살아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