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을 쌓아 올리는 해안
해안 강민주
오랜 시간
내 문장의 뒤에서
말없이 등을 받쳐 주던 어르신이 있다.
내가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짧은 문장 하나로
내 펜을 다시 세워 주던 사람.
보이지 않는 잉크처럼
조용히 스며 있던 손길.
오늘
그 어르신이
내 글에 남긴 문장을 읽으며
나는 한참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그 어려움을 딛고
컵을 쌓아 올리듯
일어선 해안
나를 바꿔놓은
해안’
“컵을 쌓아 올리듯—”
그 말속에서
나는 내가 지나온 시간을 보았다.
조심하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것들을
떨리는 손끝으로
하나씩 올려 세워 온 삶.
깨진 적도 있었고
금이 간 채 버틴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컵 하나를 더 얹으며
균형을 배워 온 나.
“나를 바꿔놓은 해안”이라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 한편이 조용히 젖었다.
나는 늘
세상을 돕기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누군가의 숨이
잠시 고르게 되었을
그 작은 순간이
다시 나를 펜 앞으로 데려온다.
그래서 나는 안다.
내가 왜
여전히 펜을 놓지 못하는지.
어디선가
무너질 듯한 탑 위에
컵 하나를 더 올리고 있을
그 손을 떠올리며.
아니,
그 손의 떨림이
오늘을 살라고 허락한다.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