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루벌 해피하우스에서 생각한 것
비싸진 여행, 막혀버린 길
― 노루벌 해피하우스에서 생각한 것
해안 강민주
요즘 사람들은
국내 여행을 망설인다.
시간이 없어서도,
마음이 없어서도 아니다.
머뭇거리게 만드는 건
점점 무거워진 비용,
그중에서도
숙박비다.
가볍게 떠나려던 1박이
어느새
하나의 결심이 되어버렸다.
“그 돈이면 해외 가지.”
이 말이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른 풍경도 함께 본다.
사람이 줄어든 길,
비어 있는 공간,
그리고
손님을 기다리는 집들.
노루벌 해피하우스도
그중 하나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곳이었지만
도로 하나가 바뀌고
새 길이 생기자
이곳은
조용히
사람들의 동선에서 밀려났다.
길이 바뀌면
사람이 먼저 사라진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고, 조용하다.
지금은
이곳까지 손님이 오려면
입소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에어비앤비 같은
큰 플랫폼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공간대여업을 하는 우리는
그 문 앞에서
멈춰 서야 한다.
나는 가끔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낀다.
세금을 내고
정식으로 운영하는 사람은
길이 막혀 있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비싼 숙박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누군가는 말한다.
“차라리 펜션으로 다시 지으면 되지 않나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선택에는
또 다른 무게가 따라온다.
건물을 다시 짓고,
시설 기준을 맞추고,
운영 구조를 바꾸는 순간
투자 비용은 커지고,
그 비용은
결국 가격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말한다.
“비싸다.”
우리는 그렇게
같은 자리를 맴돈다.
비싸서 떠나지 못하고,
비싸서 선택받지 못하고.
나는 생각한다.
이 구조가
조금만 달라진다면,
이미 존재하는 공간은
다시 숨을 쉬고
사람들은
조금 더 가볍게
떠날 수 있지 않을까.
공간대여업자에게도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이
열린다면,
공간은
있는 그대로 활용되고
여행자는
조금 덜 부담스럽게 머물 수 있고
운영자는
지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준과 관리가 필요하다.
안전, 위생,
소음,
그리고
지역과의 조화.
하지만 그것은
막아야 할 이유가 아니라
함께 조율해야 할
이유다.
지금처럼
문을 닫아 두는 방식은
공간도, 사람도
서로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
나는 안다.
공간 하나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마음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그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잠시 기대어 숨 쉬는
하루가 된다는 것도.
노루벌 해피하우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길은 바뀌었지만
공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사람이 다시
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문 하나쯤은
열어도 되지 않을까.
비어 있는 공간은 많고,
여행을 원하는 사람도 많다.
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은
공간이 아니라
제도일지도 모른다.
공간대여업자에게도
길을 열어주자.
그것은
누군가의 생계를 살리는 일이면서,
누군가의 여행을
다시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니까.
그리고 나는 오늘도
노루벌 해피하우스 마당에서
풀을 뽑는다.
유지비라는 이름의 시간과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계절 사이에서,
애꿎은 풀의 머리끄덩이를
가만히 붙잡은 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인데,
가격 때문에 멈춰본 적,
당신에게도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