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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몸에 커다란 칼자국이 있을 팔자

전생 업연의 시작, 다리뼈가 3 동강으로 부러졌다

by 엄마쌤강민주

나는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 신이 정말 떠나간 것일까? 그럼 신은 언제부터 나에게 있었던 걸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미친 걸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같은 고민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머리가 아파왔다.

그러나 몸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감각이 나에게 그런 생각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하루하루 나의 몸은 점점 더 무겁고, 피로에 쌓여갔다. 심장이 뛰는 속도가 예전처럼 고르고 일정하지 않았다. 종종 이유도 없이 떨림을 느끼고, 그 떨림은 마치 무엇인가가 나의 몸속을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가끔은 갑작스럽게 다리가 풀려 힘없이 주저앉기도 했다. 무엇보다 허리가 너무 아팠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망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이런 상황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을 하면 미쳤다고 병원에 끌려갈 거야’라는 공포감이 나를 짓눌렀다. ‘도대체 언제부터 나에게 신이 있었던 걸까?’ 누구에게도 묻지 못해서 미칠 듯한 궁금증만 커졌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을 간절히 외쳤다. 그러다 대학 시절의 어느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1994년, 내가 대학교 1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가 나에게 물으셨다.

“성형수술 해 볼래?”

어머니가 점집에 갔다가 무속인에게 들었다며 말했다.

“너는 몸에 커다란 칼자국이 있을 팔자래.”

어머니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불안이 섞여 있었고, 그 말은 마치 나에게 예고된 운명처럼 느껴졌다.

‘몸에 커다란 칼자국?’

속으로 되새겨봤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비밀스럽고 장난스럽게 나의 귀에 속삭였다.

“성형 수술하자.”

그 말에 웃음을 터져 나왔고, 나의 걱정과 불안은 모두 사라졌다.


그로부터 며칠 후, 강의실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친구가 나에게 점을 봐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친구가 손가락을 움직이며 점을 보고 있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친구의 빠르게 움직이는 손끝을 바라보면서 손끝에서 나온 예언을 듣고 싶어 하는 마음과, 동시에 이런 점술이 사실일까? 하는 회의적인 마음이 교차했다. 친구의 손끝이 공중에서 마치 어떤 패턴을 그리듯 움직일 때, 나는 자연스럽게 숨을 고르며 집중하려 애썼다. 친구의 얼굴은 여유롭고 자신감 있었다.


그런데 친구의 표정이 일순 심각해졌다. 가벼운 호기심과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던 나도 같이 심각해졌다. 친구의 손끝이 다시 움직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꽉 마주 잡고 긴장감을 감추려 했다. 친구가 손가락 움직임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만간 네 몸에 커다란 칼자국이 생길 거야.”

나는 처음에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차분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그러더라고, 며칠 전에, 내 몸에 커다란 칼자국이 있을 팔자라고. 그래서 엄마가 성형 수술하래.”

나는 애써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단호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작은 칼자국이 아니야. 다른 사람 눈에도 보일 정도의 아주 큰 칼자국이야.”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벌어졌다. 나는 친구들과 동생들과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순간, 갑자기 균형을 잃고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 나는 병원으로 가면서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나비처럼 살짝 쿵 넘어졌을 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크게 다칠 정도로 심하게 넘어지지 않았어요. 별로 아프지도 않은걸요”

그러나 나는 병원에서 의사의 근심 어린 표정 속에서 내 왼쪽 종아리, 경골이 3 동강이 났다는 말을 들었다.


큰 수술을 해야 해서 휴학했다. 수술 후, 나의 왼쪽 종아리에는 발목부터 시작되는 손 한 뼘 정도의 큰 수술 자국이 남았다.


부모님은 딸의 몸에 생긴 커다란 수술 자국을 보며 “여자가..., 어쩌니?”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부모님의 눈빛 속에는 걱정과 슬픔이 가득했다. 그러나 나는 “이만하기 다행이야”라고 말하고 내 손으로 한 뼘 크기의 빨간 지네 같은 흉터를 어루만졌다. 그동안 어머니와 친구에게 듣고 상상해 오던 ‘커다란 칼자국’에 비하면 이 정도 흉터쯤이야.... 나는 수술이 남긴 흉터보다 수술로 인해 내가 제대로 걸을 수 있다는 것에 더 감사했다.


그래서 인생을 결정할 새로운 결심을 했다.

‘사람은 한순간에 장애인이 될 수 있는 거구나! 장애인 인권변호사가 되자.’

목표가 생긴 나는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사고 후, 가끔 가위에 눌린 듯, 몸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가 생겼다. 그때마다 공포와 혼란이 몰려왔다. 어느 날부터 꿈속 장면에 색깔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꿈속임에도 낯선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 찰 떼면 그것들은 마치 현실처럼 느껴졌다. 이런 증상들은 몸이 점점 회복되면서 사라졌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 나는 1994년, 19살에 나의 전생 업연이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당시 왼쪽 종아리뼈가 3 동강 났고 이때 수술로 다리에 핀을 여러 개 심었다. 2019년 9월, 43살 때, 수술로 다리에 있던 핀들을 제거했다. 나는 그때가 나의 전생 업연이 끝난 시점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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