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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신에게 있어 나는, 어린 자식이 아니었을까?

참회와 용서

by 엄마쌤강민주

내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기며 신비로운 메시지를 전한 꿈이 있다. 신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너에게 진정으로 훌륭한 아들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너의 목숨을 내놓거나, 나를 받들어야 한다.” (2-3화. 둘째 낳으면 죽는대)


나는 그 말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훌륭한 아들을 주십시오. 대신 내 아들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보장해 주신다면, 제 목숨을 드리겠습니다.”

내 말을 듣자 신은 아무런 말도 없이 나를 남겨두고 떠나갔다. (2-4화, 신이 들어줄 수 없는 소원)


그 후 또 다른 꿈에서, 나는 한 선녀를 만났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평생 정신암(精神癌)에 시달릴 거예요.(2-6화. 정신암과 반야심경)



어두운 방 안에서 나는 숨을 고르며 손톱으로 팔꿈치를 긁었다. 마음속에 일어난 혼란과 불안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벽에 걸린 시계의 규칙적인 초침 소리에도, 내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한없이 느리기만 했다.


꿈에서 들었던 말들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겪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정말 현실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꿈을 내가 크게 생각하는 것일까? 그저 잠깐 정신이 흐려진 건 아닐까? 그러나 내 몸 안에서는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와 함께 두려움이 나를 압도했다. 내 심장 박동은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었고, 손끝은 차가운 땀으로 젖어 있었다. 몸은 이유 없이 떨렸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허리 통증이 나를 괴롭혔다. 그 통증은 마치 내 척추를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을 남들에게 말하면, 나보고 미쳤다고 할 거야.’ 그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평범한 일상, 아무 일도 없이 조용히 살아가는 것뿐이었지만, 지금 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고립감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내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 속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용기 내어 남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자기야, 내가 신병에 걸렸으면 어떻게 할래?”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당장 이혼이지, 귀신 들린 여자랑 무서워서 어떻게 사냐?”

나는 다시 한번 남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작은 소리로 되뇌었다.

‘남편이 나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면 어떻게 하지?’


어린 아들은 그저 자신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을 뿐, 엄마가 느끼는 고통을 알지 못했다. 이 작은 아이는 나의 모든 것이었고, 그를 위해서라면 나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버텨야 했다. 그 생각이 내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켰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나는 마치 절박한 사람처럼, ‘나무아미타불’을 되뇌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내 목소리는 떨리며 작은 울림을 남기고, 다시 ‘나무아미타불’을 반복했다. ‘부처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나는 이 모든 두려움에서 벗어나, 내일이 오기를, 평화가 오기를, 그저 아무것도 아닌, 단조로운 하루가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미친 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나조차 믿을 수 없었고, 주변 사람들도 믿을 수 없었다. 이 모든 고통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 걸까? 답을 알 수 없었다. 그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그렇게 염불 하던 중, 참회문을 만났다. 처음에는 그 내용을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읽었다. 그러나 참회문을 읽을수록 나의 눈은 커졌고, 얼굴은 창백해지고 입술이 떨렸다. 몸도 미세하게 떨리고, 결국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참회문이 내 마음속 깊이 박혔다.


‘부처님은 내게 10선을 행하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동안 10악을 저질렀구나…’


내 잘못을 깨달은 순간, 손끝을 떨며 주변을 어지럽게 살펴보았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속에서 어떤 무거운 것이 터져 나올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 고통 속에서,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휘청이며 주저앉았다.


‘이렇게 죄 많은 내가 부처님께 무엇을 구할 자격이 있을까? 나는 자격이 없구나…’


내 얼굴은 깊은 후회와 자책으로 일그러졌고,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잠시 후 나는 아예 바닥에 엎어져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부처님,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그 후, 나는 기도하며 참회하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온 시간 동안 저지른 잘못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절을 올렸다. 절을 할 때마다 내 몸은 점점 가벼워졌고, 정신의 혼미함도 사라졌다. 참회의 눈물이 많아질수록, 내 무릎이 더 많이 꿇어질수록, 신비로운 체험이 늘었다. 참회하는 나는 점차 세상에 대한 원망이 사라졌고 나를 괴롭히는 존재들을 용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이 완전히 나를 떠났다.


그 당시 나는 아무에게도 내 상태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내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들과 함께 아파트 안 정자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녀가 다가왔다. 그녀의 눈은 깊고,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광채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그러나 나에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얼마 전부터 네 얼굴에 다른 영혼이 보였어. 너에게 말해줘야 하나 마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3개월 만에 그 영혼이 완전히 사라졌어.”


그녀는 두 아이를 키우며 교회에 다니는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그녀는 은밀하고 어딘가 위험한 매력을 내포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속삭였다.

“아무도 내가 신을 볼 수 있다는 걸 몰라.”


그 사건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신에게 있어 나는, 잘못을 혼내서라도 바르고 선하게 자라길 원하는 어린 자식이 아니었을까?’


5살 아들이 잘못해서 내가 화가 났을 때였다. 아들은 조금 찡그린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 작은 손으로 나의 손을 꼭 잡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빛에는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담겨 있었다. 그는 나에게 안기며 내 귀에 “미안해요, 엄마”라고 속삭였다. 나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내가 아이의 잘못에 대해 화가 난 이유를 알았다. 혹시 아이가 나쁜 사람으로 자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나는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괜찮아, 잘못한 것을 알면 됐어. 엄마는 널 사랑해”라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아들을 더욱 꼭 안아주었다. 그 순간,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된 듯한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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