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메시지를 전하는 꿈을 꾸고 난 후, 악몽이 반복됐고 몸에 변화가 생겼다. 가슴 한구석은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공허했고, 정신은 혼미해졌다. 손끝과 발끝은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몸은 이유 없이 떨렸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허리 통증이 나를 괴롭혔다.
정신암이라니! 나는 꿈속에서 선녀가 말한 정신암이 신병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을 남들에게 말하면, 내가 미쳤다고 할 거야.’라는 생각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니 불안했고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게 일어나는 일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면서 그저 “나무아미타불”만 죽자 사자 외쳤다. ‘부처님 살려주세요.’ 마음속으로 빌면서.
그때 시댁의 오래된 책상 위에 있던 고승 법문곡을 만났다. 내가 읽었던 고승 법문곡은 장례를 치르는 후손들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극락세계에 왕생하길 바라며, 법공양 한 것이었다.
고승 법문곡의 편자이신 김법우 대선사는 일찍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善知識(선지식)이신 惠庵 大禪師(혜암 대선사) 문하에 나아가 다년간 禪(선) 수련을 쌓으셨고, 淨化佛事(정화불사)에도 크게 공헌하신 바 있으며, 아울러 禪教(선교)의 慧眼(혜안)을 두루 갖추신 老大德(노대덕)으로서 일반 신도와 대중을 아끼고 연민하는 노파심으로 역대 조사님들의 요긴한 법문곡을 간추려 모아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무상으로 반포하셨다. 참회문은 이 고승 법문곡의 첫 장에 있었다.
참회문
불공을 드릴 때 참회 없이 복을 구하는 것은 원리가 아니다. 참으로 진실한 복이 되지 못하니 과거에 지은 죄업을 이제 참회한 연후에 복과 명과 소원을 빕시다.
저희들이 끝없는 옛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으로 드나들면서 혹은 태로도 나고 혹은 알로도 나고 혹은 습기로도 나고 혹은 화해서 나기도 하면서 수없이 몸을 받아 낳으니, 날 적마다 이 몸을 위하여서 지은 죄는 허공계를 채우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자기가 지은 죄는 자기가 받고야 마는 인과의 법칙을 어길 수 없으므로 전생에도 수없이 고통을 받았으며 현세에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으며, 내생에도 수 없는 고통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과거 무량겁으로부터 지은 죄를 다 남김없이 참회하옵고 열 가지 착한 행실을 받들어 가지겠사오니 불보살님께서는 증명하시옵소서.
첫째는 산목숨 죽이지 않고 죽은 목숨 살리겠습니다.
둘째는 남의 물건 훔치지 않고 내 물건 보시하겠습니다.
셋째는 음탕하지 않고 정조를 지키겠습니다.
넷째는 거짓말하지 않고 참된 말 하겠습니다.
다섯째는 꾸미는 말 하지 않고 바른 말 하겠습니다.
여섯째는 이간질하지 않고 화합한 말 하겠습니다.
일곱째는 악한 말 하지 않고 착한 말 하겠습니다.
여덟째는 탐심 내지 않고 만족한 마음 가지겠습니다.
아홉째는 성내지 않고 자비심 가지겠습니다.
열째는 어리석은 마음 버리고 지혜를 닦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