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러 갑시다
어제 저녁,
흑석동에서 하루 종일 풀을 뽑고 꽃을 심었다.
햇볕은 나지막이 등을 어루만졌고,
촉촉한 흙냄새가 손끝에,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자연과 하루를 섞이고 나니
몸은 묵직하게 내려앉고, 눈꺼풀엔 피로가 소복이 쌓였다.
딱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저녁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다가와,
나를 TV 앞으로 이끈다.
“엄마, 대선 후보자 토론하는 거 봐야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휴… 뉴스도 다 보고, 쇼츠도 다 봤어.
그냥 그런 거 보면 되지 뭐.”
그 순간 아들의 표정이 단단해졌다.
“그건 편집된 거잖아.
각자 입맛대로 잘라낸 이야기들.
진짜를 봐야지. 그래야 제대로 판단하지.”
그 말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래, 맞는 말이다.
결국, 나는 아들에게 이끌려
조용히 소파에 몸을 맡겼다.
토론이 시작되자,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각자의 언어로 진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말끝의 떨림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은… 없다.
아니, 어쩌면 세상에
나와 100% 맞는 사람 자체가 없을지 모른다.
나 자신조차도
가끔은 나에게 낯설고 버거울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는
내 일상의 언저리에 서 있었고,
내가 살아온 방식과 가장 닮아 있었다.
그 사람을 선택하기로 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내가 바라는 세상의 조각을 조금이나마 품고 있는 사람.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나는 사전 투표하러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선택은 언제나 부족하고
그래서 늘 망설이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간절하고,
그래서 때로는 더 찬란해진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사람을 직접 뽑을 수 있다는 것.
이 나라의 시민으로서
손에 쥔 그 한 장의 소중함을 떠올리면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일어난다.
투표권조차 갖지 못한 채
침묵을 강요당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작고 조용한 권리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지지하는 후보가
내 마음을 완벽히 채워주지 않더라도,
그중 가장 나의 가치에 가까운 사람을 향해
내 마음을 내어주자.
투표는 조용한 외침이다.
그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담겨 있고,
사랑하는 이들의 내일이 담겨 있다.
우리, 투표하러 갑시다.
지금의 삶을
조금 더 나은 내일로 이어주는
그 한 걸음이
어쩌면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분명한 흔적일지도 모르니까.
#아이키우기 #사전투표 #대통령후보자토론
수많은 장미가 있고 다 예쁜데 개 중 유독 마음을 끄는 장미가 있습니다~^^
사전선거 투표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