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범위를 넓혔으면
작은 땅, 큰 마음
글: 엄마쌤 강민주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요즘 우리 집 식탁 위에는
자연스레 정치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묻는다.
“엄마는 정치인한테 뭐 해 달라고 하고 싶어?”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요즘 나의 관심사가 뭐였지?
사실, 요즘 나는 흙냄새를 사랑하게 되었다.
도시의 빽빽한 회색 틈 사이에서
작은 밭 한 귀퉁이를 일구며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말해본다.
“음, 엄마는 말이지…
300평 미만의 농지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농업인처럼 혜택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아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내 마음을 꺼내놓는다.
“지금은 농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 중에서도
300평, 그러니까 1,000㎡ 이상의
땅을 가진 사람들에게
혜택이 집중돼 있어.
예를 들면,
그런 사람들은 농업인으로 등록할 수 있고,
농지 취득 자격도 쉽게 얻지.
세금도 덜 내고,
농기계나 비료도 훨씬 싸게 구할 수 있어.
심지어는 8년 이상 농사지으면
양도소득세도 깎아준대.”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아들의 눈을 바라본다.
그 눈동자 속에 세상을 바꿀 다음 세대가 살고 있기에,
말은 더 따뜻하고 더 단단해진다.
“그런데 말이야,
요즘 농사는 꼭 큰 땅을 가진 사람만 짓는 게 아니야.
은퇴한 어르신들이나,
도시에서 번아웃 된 젊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작은 밭에 나가 땀 흘리며 작물을 키우고 있어.
그 땅이 100평이든 200평이든,
거기엔 그들만의 진심이 있어.
농사를 업으로 삼지 않아도,
그 땅에서 삶을 일구고 있다는 점에서는
엄연히 ‘농사짓는 사람’이잖아.
그들도 비료를 사고, 장화를 신고, 호미를 들고
한여름 뙤약볕을 견뎌.
그런데 단지 땅이 작다는 이유로
농기계도 못 빌리고, 직불금도 못 받고,
‘농업인’ 대우를 받지 못해.”
나는 아들의 작은 손을 잡는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인구는 줄어들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땅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농업이 무너지면 결국 우린
다른 나라가 보내주는 곡물에 의지해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작은 땅이라도,
우리가 스스로 일구고 지켜낸다면
그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한 ‘작은 농업’이 될 수 있다고 믿어.
그래서 엄마는 그런 사람들도
농기계를 빌릴 수 있고,
퇴비나 종자도 저렴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버려지는 땅도 줄어들고,
농사를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아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정치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런 작고 따뜻한 소망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나는 오늘도, 작지만 묵직한 소망 하나를
흙냄새 나는 마음속에 심는다.
* 얼마 전 아들 친구들이 해피하우스에 놀러 왔다.
사전에 부모님께 동의를 얻어
아이들과 짧게나마 농사짓기 체험을 했다.
나는 아이들의 땅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기를 원한다.
#아이 키우기 #농업인 #대통령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