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쥐고 있는 아이, 태블릿으로 동영상을 보는 아이, 그리고 와이파이가 항상 켜져 있는 집안. 요즘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전자파가 아이 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전자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기에 더 불안하게 느껴지지요. 그렇다면 과학은 이 문제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요?
전자파는 파장의 길이에 따라 전리 방사선과 비전리 방사선으로 나뉩니다. 전리 방사선(X-ray, 감마선 등)은 세포와 DNA를 직접 손상시켜 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휴대폰, 와이파이,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비전리 방사선에 해당하며, 에너지가 약해 DNA를 직접 파괴하지는 못합니다.
즉, 아이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전자파는 대부분 비전리 방사선입니다. 문제는 “약하더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1년, 무선주파수 전자기장(RF-EMF)을 “2B군 발암 가능 물질(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로 분류했습니다. 이는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나, 증거가 제한적”이라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으로 장기간 휴대폰 사용과 뇌종양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일부 연구에서 보고했기 때문입니다.
Interphone 연구(2010, 13개국, 5,117명 대상): 하루 평균 30분 이상, 10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에게서 특정 뇌종양 위험이 40% 증가한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일관된 위험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덴마크 코호트 연구(2006, 42만 명 추적): 장기간 휴대폰 가입자와 일반인 사이에 암 발생률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 청소년 연구(CEFALO, 2011, 7~19세, 1,000명 이상): 휴대폰 사용과 뇌종양 발생 사이의 명확한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즉, 일부 연구에서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확실한 인과관계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성인보다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머리 두께가 얇아 전자파 흡수가 더 많음
신체 크기가 작아 동일한 강도의 전자파에도 체내 흡수량(SAR)이 상대적으로 큼
신경계와 면역계가 아직 발달 과정에 있음
실제로 컴퓨터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같은 조건에서 전자파를 쐈을 때 아이의 뇌가 성인보다 약 2배 이상 더 많은 전자파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결과 또한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접하는 전자파는 얼마나 될까요?
휴대폰 통화 시 머리 근처 전자파 흡수율(SAR)은 대략 0.5~1.5W/kg 정도입니다.
국제 비전리방사선방호위원회(ICNIRP)는 인체 안전 기준을 2W/kg 이하로 설정했으며, 현재 시판되는 기기 대부분이 이 기준을 만족합니다.
가정용 와이파이 공유기 주변의 전자파 세기는 0.1W/kg 이하, 즉 휴대폰 통화 때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즉, 일상적인 사용은 대개 안전 기준 이하입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몇 시간까지 괜찮다”는 기준이 있을까요? 사실 국제적으로 ‘일일 허용 노출량’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자파는 일회성 독성이 아니라, 평균 노출 강도와 기간을 고려한 누적 효과가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ICNIRP나 WHO는 시간이나 횟수의 제한이 아니라 ‘강도 제한(SAR ≤ 2 W/kg)’을 두고 있습니다. 즉, 이 기준을 충족하는 기기라면 하루 몇 시간 사용해도 급성 위험은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 신체가 작고 발달 단계에 있어 동일한 전자파에도 더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생활 원칙을 권장합니다.
불필요한 장시간 노출은 피하기
한 번에 오랫동안 사용하기보다는 짧게 나눠 사용하기
가능한 한 기기를 몸에서 조금 떨어뜨려 사용하기
즉, ‘하루 몇 분 이하’라는 절대 기준은 없지만, 다음과 같은 습관들은 불필요한 전자파 노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전자파 노출이 일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불필요한 노출을 줄이도록 돕는 것은 부모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국제 안전 기준은 대부분 지켜지고 있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생활 속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 아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거리 두기 원칙: 기기를 사용할 때는 아이의 머리나 몸에서 일정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불과 몇 센티미터만 떨어져도 전자파 강도는 급격히 줄어듭니다.
수면 환경 관리: 아이가 잠드는 공간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와이파이 공유기처럼 지속적으로 전자파를 내는 기기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시간보다 ‘패턴’ 관리: 단순히 하루 몇 시간으로 계산하기보다, 연속 사용을 피하고 사용 사이에 휴식 시간을 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연결 방식의 선택: 블루투스보다는 유선 이어폰이나 스피커폰을 활용하면 머리와 직접적인 전자파 노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정 내 환경 점검: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는 전원을 꺼두고, 공유기나 무선기기는 필요한 시간대에만 작동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습관들은 과학적으로 “필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아이의 민감한 발달 시기를 고려하면 ‘가능한 위험을 줄이는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전자파가 아이들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큰 위험을 준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과학은 언제나 새로운 근거를 통해 업데이트되니까요.
부모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불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예방을 통해 혹시 모를 아이의 불필요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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